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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선 지상구간 역이자 위례 신도시의 관문 '남위례역'

8호선 - 남위례역

by 철도 방랑객

2기 지하철 중 처음부터 지상 역이 있었던 노선은 7호선이 유일했다. 그만큼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과 달리 ‘지하철’ 이라는 이름에 충실한 노선들이었다. 그러나 6호선 신내역의 개통과 함께 6호선도 지상 역을 보유한 노선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8호선에서도 역은 없었지만 지상 운행 구간이 있었던 곳에 남위례역이 생기면서 지상 역을 보유한 노선이 되었다.


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남위례역은 위례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탄생했다. 위례 신도시를 가로지를 트램은 여전히 표류중인 것을 생각해보면 남위례역이라도 만들어진 8호선의 상황이 조금 나아 보인다.

◆ 가장 깊은 역과 인접한 지상 역

남위례역의 인근 역은 복정역과 산성역이다. 두 역 모두 특징이 있는 역인데, 복정역은 환승하기 가장 편한 역으로 유명하다. 산성역은 수도권 전체의 역 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역이다.


어떻게 가장 깊은 역과 바로 마주하는 역이 지상 역이 가능했을까 의문을 가지기 쉽다. 철도 교통의 특성 상 급격한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위례역을 출발하는 열차를 자세히 보면 8호선 선로 자체가 갑자기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남위례역 승강장에서 바라본 8호선 열차.


역을 출발한 열차는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저 멀리 모습을 보이는 터널을 볼 수 있다.


갑자기 깊어지는 역이 등장하는 이유는 8호선 자체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도로에 있다. 남위례역 왼쪽에 펼쳐진 도로를 보면 눈에 띌 정도로 급격히 올라가고 있음이 보인다. 이 도로는 거의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데, 마침 그곳에 산성역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 눈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급경사를 자랑하는 남위례역 주변 도로.

◆ 기차역에 버금갈 정도로 웅장한 지상 역사

지상에 위치한 남위례역은 다른 8호선 역에서 볼 수 없는 지상 역사를 갖춘 역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역사는 규모 면에서 기차역의 역사보다 작은 편이다.


하지만 남위례역의 역사는 웅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남위례역 역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출구에서 바라보아도 그 자태가 한 눈에 드러날 정도다.


남위례역의 존재감은 밝은 낮보다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밤이 더욱 눈길이 간다. 아직 남위례역 주변에는 이렇다 할 건물이 없는 영향도 분명 있는 것 같다.


▲ 낮에 바라 본 남위례역 역사.
▲ 밤에 바라 본 남위례역 역사.


거대한 역사에 걸맞게 남위례역의 출구 또한 상당히 큰 규모로 이어진다. 도로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한 역사와 도로 주변에 자리한 출구를 잇는 육교의 폭은 지하철이 지나가고도 남을 것 같다.


이 육교는 2층 높이에 있는데 도로 끝에 위치한 3번 출구는 별도의 계단이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지면과 연결된다. 대신 도로와 바로 접해있는 2, 4번 출구는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한다.


3번 출구에 비해 폭이 좁은 2, 4번 출구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이용 승객이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출구의 폭을 조정한 것처럼 대부분의 승객은 계단이 없이 바로 연결된 3번 출구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 거대한 역사만큼이나 존재감을 뽐내는 3번 출구.


남위례역의 역사는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2층과 연결된 승강장은 복정역 방면 승강장이고, 3층으로 올라가야 개찰구가 나오는 곳은 산성역 방면 승강장이다.


대합실 자체가 승강장과 위치를 달리하고 있어서 두 승강장 간의 횡단은 불가능하다. 산성역 방면 승강장은 8호선 선로를 횡단하지만 지붕이 가려서 열차를 온전하게 바라보기는 어렵다.


역사 규모는 웅장하지만 정작 내부에는 이렇다 할 상권이 조성되지 않아서 휑하다. 2층과 3층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개방해놓았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지만 공간 활용 면에서는 조금 비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 규모에 비해 실속이 없는 남위례역 대합실.


남위례역 복정역 방면 승강장은 상당히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원래 개찰구에는 역 이름이 있는 안내판은 봤어도 별도 구조물까지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남위례역은 노선 색을 차용한 커다란 ‘ㄱ’ 자형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 복정역 방면 개찰구 모습.


그곳에는 복정, 암사 방면이라고 안내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산성역 방면으로 가는 승객이 이곳으로 들어가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바로 다음 역인 복정역이 8호선 유일의 섬식 승강장이라 승강장에서 바로 맞은편 열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구조물을 설치한 복정역 방면 개찰구와 달리 3층에 자리한 산성역 방면 개찰구는 그 어떤 시설도 볼 수 없다. 어차피 설치할 구조물이었다면 양 쪽 모두 설치해놓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만약 설치된다면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해지는 개찰구의 모습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12월 28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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