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어떻게 기후위기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나

Written by 동재





어렸을 적 여름, 우리 집에서 에어컨을 켜는 기준은 30도였다. 한여름 에어컨 앞에 앉아서 30도 되기만을 기다렸지만, 정작 30도를 넘긴 날이 없어 허구한 날 선풍기 바람만 쐤던 부산의 여름날이었다.


기후변화를 몸으로 느낀 건 시간이 흘러 재수를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였다. 여름이 되기도 전인 5월이었지만, 우린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에어컨을 틀었다. 여름이 무르익을수록 에어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좁은 학원가에서 밖은 실외기가 내뿜는 뜨거운 공기들로 더욱 뜨거워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기후변화를 가속화할지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신입생이 됐지만, 처음 들어간 환경동아리에서 환멸을 느낀 후 눈을 감고 살았다. 동아리의 활동은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1회성 캠페인들이 활동의 전부였지만, 정작 동아리원들은 개인적으로 실천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서 미국은 분리수거조차 안 하기 때문에 아무 상관도 없다’는 회장의 말을 마지막으로 동아리를 나온 후, 먹고살 길이나 찾아보려 기후변화와는 관련 없는 학회에서 공부를 하고 수업을 들었다.


눈을 감은 사이, 기후변화는 위기가 돼서 내 옆에 왔다. 또다시 몇 년이 지나 군 복무를 마치고, 2017년 여름 부산 고향집에서 여름을 났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도저히 에어컨을 틀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 해 여름 국내에서 수십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새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느낀 뒤엔, 그 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어떻게 기후 위기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