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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미 Dec 18. 2018

이 남자의 유통기한은 무제한

#2. 비

본가는 부천이지만, 야근도 많고 출퇴근하기도 너무 멀어 수서동에 작은 아파트를 구해 독립하여 살고 있었다. 어차피 결혼 할 생각도 없었고 남자친구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아 부모님이 독립을 허락하였다. 17평 작은 아파트에서 나만의 '솔로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 항상 기분이 업이 되어 그 날도 그 둘과 금세 친해졌다. 그와 김대리에게 예쁘게 꾸며놓은 내 집을 자랑하고 싶어 우리 집에서 한잔 더 마시자고 했다. 편의점에서 가서 술을 더 사 왔고 술을 못 마시는 그는 무알콜 맥주 2캔을 샀다. 회사 앞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의 차를 타고 우리 집으로 이동을 했다. 청담동에서 수서동까지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데 갑자기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비가 억수로 많이 왔다. 집에 들어선 그 둘은 꾸며놓은 우리 집이 예쁘다며 여기저기 구경을 했고 나는 불편한 옷을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일하느라 10시간이 넘도록 눈에 끼고 있던 렌즈를 빼고 안경을 썼다. 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남은 흥이 가라앉히지 않도록 음악을 틀었다. 밖은 비가 아주 시원하게 내렸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비가 멈추지 않던 밤, 그날 새벽 2시에 그와 김대리는 우리 집을 나섰다. 한 가지 궁금한 점, 술을 한 모금도 안마시던 그는 새벽 2시까지 맨 정신이었을텐데 무슨 재미로 엉덩이가 배기도록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술이 들어가니 그녀는 '흥'이 많아졌다. 자기네 집에 가서 한 잔 더 마시자고 한다. 나도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 같이 마시던 김대리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내가 마실 무알콜 맥주와 그녀들이 마실 맥주를 샀다. 그리고 내 차를 태워 그녀의 집으로 이동을 했다. 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린다. 그녀의 집은 회사에서 차로 10여분 정도 걸렸다. 집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집에 깜짝 놀랐다. 회사에서 보았던 그 더러운 책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단다. 그리고선 갑자기 늘어난 트레이닝 복과 안경을 끼고 나타났다. 항상 회사에서 보던 잘 차려입은 모습이 아니라서 순간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그 새로운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같이 술을 마시던 김대리가 "눈이 왜 이렇게 하트가 되었어요?" 라고 묻는데 취하지도 않은 내가 그때 뭐라고 대답했는지 횡설수설한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그날 밤이 늦도록 그 공간에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 새벽 12시가 넘어서부터 계속 하품을 '쩍쩍'하던 그녀가 피곤한지 모두들 집에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비가 많이 오니 집에 조심히 들어가란다. 아쉬움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강서구 등촌동, 그녀의 집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새벽 2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 앞도 보이지 않는 그 길을 내가 어떻게 운전을 하고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 내가 눈이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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