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새미 Jan 03. 2019

이 남자의 유통기한은 무제한

#3. 페이스북

눈을 떠보니 아직도 비가 계속 내린다. 몇 시인지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켜보았다. 점심이 조금 지난 오후 2시이다.

'으아~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어젯밤에 혹시 말실수한 건 없는지 혼자 곰곰이 생각해본다. 간밤에 친구들이 SNS에 업데이트한 것들을 살펴보기 위해 페이스북을 켜보았다. 내가 일어나기 한 시간 전에 온 페이스북 메시지가 하나 있다.


[세아 뭐해? 어젠 집에 가는데 비가 너무 와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어.]


그가 보낸 메시지이다.

'내 아이디를 어떻게 알았지? 내가 술 마시고 친구하자고 했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


[어제밤에 비 엄청~~~ 많이 오던데~ 몇 시에 도착했어요??]

[언제 도착했는지는 모르겠네. 아무튼 늦었지. 010-****-***으로 카톡해.]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그가 조금 찌질하게 보였다.

'관심이 있었으면 어제 그냥 연락처를 물어볼 것이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본인 연락처를 알려주는 건가 싶어 그가 알려준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 남자, 계속 날씨 이야기만 한다.

'하..여보세요? 나도 밖에 비오는 거 알고 있어요...'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니 답답해진 내가 물었다.


[밖에 비오는데... 그래서 뭐 하시려고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심심하세요?]

[그럼 심심하지.]

대답만 하는 그가 답답해진다.

[심심하면 내일 영화나 봐요.]

데이트 신청은 아니었다.

메시지가 끝이 안 나도록 계속 '심심한데 뭐하지?'하는 통에 메시지도 끝맺고 나도 무료한 주말, 영화나 볼 겸해서 약속을 잡았다. 아니 그에게 약속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내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메시지는 끝이 났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새벽처럼 계속 비가 온다.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길이 어둡고 컴컴해서 너무 위험했다는 기억뿐이다. 어제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볼걸... 내심 후회가 된다. 그렇지만 집에서 인스타그램을 하는 그녀의 휴대폰을 살짝 곁눈질로 보았다. 아이디를 기억해두었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았다. 내가 안 하는 SNS라 어떻게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연결되어 있는 그녀의 페이스북을 찾아보았다.

'아! 찾았다!'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대답이 없다.

'일어나 있을 시간일 텐데... 괜히 보냈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아, 씹혔나?'

30분이 지났다.

'회사에서 마주치면 모르는 척 해야겠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무렵,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내 연락처를 알려주고 메시지를 보내라고 했다. 순간 메시지가 안 오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그녀가 메시지를 보냈다.

한번 둘이 만나보고 싶은데 뭐라 말을 꺼내 만날 구실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이 말, 저 말 꺼내본다. 우선 친분을 쌓는 것이 먼저니까 그녀와 메시지로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내일 영화를 보자고 한다.

"야호!"

그녀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다. 그녀에게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냐고 물었더니 저녁 6시 이후로 아무거나 보자고 한다. 그녀가 뭘 좋아할지 잘 모르겠어서 한국 영화를 예매해두었다. 그리고 첫 만남을 기대하며 내일을 기다렸다.



작가의 이전글 이 남자의 유통기한은 무제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