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션~ 끌어~ 내려~!

쉬어가고 싶은 날

by 피글레미안


오늘은 유난히 피곤했다.
퇴근길 지하철.

뒷목은 뻐근,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고.

창밖 하늘은 붉은빛, 푸른빛 뒤섞이며 저물어 가는데
객실 안 사람들은 모두 복사한 듯 같은 표정.

무표정. 무기력.
작은 객실 안에
하루치 피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마치 다 같이 ‘퇴근 동지회’에 참석한 느낌.
묘하게 웃기면서도, 짠했다.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트램펄린 위에서
껑충! 껑충!

하루 종일 뛰어다녔을 텐데도
아이는 여전히 풀충전 모드였다.
집안 공기마저 튀어 오를 만큼 활기가 넘쳤다.

“나도 저 나이 땐 저랬을까?”

아무리 떠올려도
쉽게 지쳐 있던 내 모습뿐.
그러다 웃음이 났다.
내 배 속에서 어떻게 저런 텐션의 아이가 나온 거지?

솔직히, 부럽다.
껑충 뛰어오를 때마다 세상이 가볍게 들썩이고,
꺄르르 터지는 웃음은 집 안을 환하게 만든다.

퇴근 후 나는 배터리 5% 깜빡이는 모드.
아이는 언제나 200% 풀충전 모드.
그 에너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결국 오늘을 버티게 한다.





그렇다고 굳이 없는 텐션을 억지로 끌어 올릴 생각은 없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오늘 같은 날은 내려놓는 게 정답이다.

그냥 앉아 숨 고르기.
잠시 멈추기.

내려앉는 날이 있어야
다시 치고 오르는 순간도 오는 거지.
파도처럼, 물결처럼 흔들리게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푹—
몸을 던지는 순간, 하루의 무게가 풀려난다.

세상은 고요, 나는 리셋.

텐션을 올리는 날이 있듯
내려놓는 날도 필요하다.

오늘은 그저 내려놓는 날이었다.
힘주어 웃지 않아도 괜찮고,
억지로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내일은 또 다른 얼굴로 찾아오겠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외치면 충분하다.

텐션~
끌어……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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