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준비되셨나요?

AI Readiness

by 최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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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도입의 현실: 조직이 준비되지 않으면 혁신은 멈춘다

2026 CES에서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이후, 현대자동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신기술 도입으로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 있어도 조직과 문화, 노사 관계가 준비되지 않으면 현장 도입은 쉽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ERP 관련 서적과 자료에서는 공통적으로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강조합니다. 비용 부담은 물론, 도입과 전환 과정에서 개인과 조직 차원의 마찰과 저항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경영진의 빽’이 없다면 프로젝트는 중도에 좌초되기 쉽습니다. ERP 실패 사례의 상당수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 변화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ChatGPT가 출시된 지 벌써 3년이 지났고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인공지능 무용론’이 거론될 정도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이는 기술 자체의 성숙도 문제라기보다, 기업이 AI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고 확산시키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일하고 계신가요?

저는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Excel, Power BI, AI의 실무 활용에 대해 강의·교육 콘텐츠 제작·컨설팅과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 도구들의 공통점은 활용 수준에 따라 단순한 계산 도구가 될 수도 있고, ERP·MES·WMS에 버금가는 업무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엑셀은 금전출납부나 급여 계산기 같은 단순한 도구에서 출발해, 개인과 팀 단위 업무를 구조화·표준화하고 반복 업무를 디지털화·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정규화된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생산성 향상 플랫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또는 작업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이라고 합니다. DX에는 수많은 유형과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아주 단순한 사례로 ‘실시간 매출 대시보드’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데이터 성숙도 3단계

하나의 화면에서 제품별·지역별·채널별 매출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대시보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은 이것입니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프로젝트는 산으로 갈 수도, 바다로 갈 수도, 심지어 안드로메다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현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유형은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사용자가 ERP나 유사한 시스템 또는 정규화된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입력·관리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데이터는 대부분 분석에 적합한 정규화된 구조를 갖고 있어 데이터 연결, 계산, 시각화 같은 실질적 설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사람이 입력한 스프레드시트에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경우입니다. 프로젝트 난이도는 첫 번째 유형보다 급격히 높아집니다. 클라우드 기반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개인 PC에 저장된 파일을 각자 관리하는 환경에서는 데이터 수집 자체가 큰 장벽이 됩니다.
겨우 데이터를 모았다면 다음에는 정규화되지 않은 데이터 구조라는 거대한 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휴먼 에러’라는 복병이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매출일자에 ‘다음 주’, ‘2월말’을 입력하거나 판매 수량에 ‘2박스’, ‘3ea’처럼 단위를 섞어 쓰는 경우, 셀 병합이나 셀 삭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변수를 고려해 처리 규칙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신호등이 고장 난 16차로 오거리 교차로에서 홀로 교통정리를 하는 것과 같은 고독한 싸움입니다.


세 번째 유형은 ‘데이터가 없는 경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가 전산화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장부에 수기로 기록하거나 메신저 대화에만 남아 있는 경우처럼 시스템 이전 단계에서 데이터 생성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AI Friendly, Machine Redable Files

앞선 세 가지 유형은 갈수록 AI 친화적이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식과 멀어집니다. AI 친화적이고 기계 판독이 쉽다는 것은 AI에 업로드하거나 읽도록 지시했을 때 결과 정확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AI가 데이터를 소화하는 효율(Token Efficiency)과 정확도는 데이터의 '구조와 품질'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 텍스트보다 구조화된 Markdown이나 JSON은 데이터 간의 위계와 관계를 명확히 전달합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쓰는 셀 병합이 가득한 엑셀이나 복잡한 레이아웃의 PDF는 AI에게 '해독'의 부담을 주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BEST: .md, .json, .csv, .tsv, .txt, .yaml

GOOD: .docx, .xlsx(정규화된 표), .xml, .html

BAD: .pdf, .jpg, .png, .hwp, .pptx, .doc. .xls, .xlsx(비정형/병합셀),


AI 도입의 우선순위

‘ChatGPT와 Gemini 중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은 AI 도입의 가장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는 어느 정도로 디지털화돼 있는지, 그리고 회사가 생산하는 문서와 데이터는 AI 친화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검토되고 개선될 때 비로소 성공적인 DX와 AX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AI 도입의 성패는 도구 선택이 아니라 데이터 성숙도와 디지털화 수준,
그리고 조직의 변화 수용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용 DX·AX 사전 점검 체크리스트

다음 다섯 항목에 대해 조직 내부에서 점검해 보면 현재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1. 최고경영진이 DX·AI 도입을 명확한 전략 과제로 선언했고, 예산·조직·권한이 실제로 뒷받침되고 있는가?2. 핵심 업무 프로세스(매출, 영업, 생산, 물류, 재무 등)는 문서화·표준화돼 있으며 시스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아니면 개인별 파일에 의존하고 있는가?

3. 주요 데이터는 ERP·CRM·MES 같은 시스템에 저장돼 있는가, 아니면 여러 개의 스프레드시트로 분산돼 있는가?

4. 날짜, 수량, 코드, 단위 규칙이 통일돼 있고 병합 셀·임의 입력 같은 휴먼 에러를 통제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존재하는가?

5. 회사가 생성하는 문서와 데이터(csv, json, 표 구조 문서 등)는 AI가 읽기 쉬운 구조로 관리되고 있으며, AI 활용을 전제로 한 데이터 표준이 정의돼 있는가?




작성자: 최재완 (jaewan.choi@hicrhod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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