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동영상 강의 만들기
할 일 목록에 '온라인 강의 만들기'를 담아 놓은지 벌써 몇 년째 목록에만 남아 있지 않으신가요? 온라인 강의는 본인의 성장과 커리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급여 외 수익(a.k.a 파이프라인, 자면서도 발생하는 수익)에도 기여할 수 있고, 심지어는 커리어 전환까지도 노려볼 수 있으니 여러모로 매력이 많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볼 때는 쉬웠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막막합니다. 본업이 있는데 해본적도 없는 동영상 강의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생각만 하다가 미루고 미뤄집니다(brain sucking). 이러한 분들에게 제 경험이 도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서 동영상 강의 제작 과정을 정리해서 공유 드립니다.
필자는 관세, 무역, 통관, 물류, 풀필먼트 분야에서 근무해 왔고, 현재는 이커머스 스타트업의 풀필먼트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반장의 피벗 테이블 마스터 클래스'를 시작으로 '엑셀 시작하기 : EXCEL 입문 (Inflearn Original)'를 기획부터 제작, 촬영, 편집, 개설하고 직장인을 위한 유튜브 채널 '넵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는데 왕도가 있을 리 없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설명 드리는 과정은 저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이 과정을 기초로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서 멋진 강의 만드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먼저 무엇을 강의로 만들지 정해야 합니다. 이 때 고려해야할 것은 많지만 나의 전문성을 확인하고, 강의의 수요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정말 잘하는 분야이거나, 내가 학습하고자 하는 분야 모두 강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특수하게 차별적으로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일단 몇 걸음 앞서 나가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조사하고 학습해서 이것을 나만의 강의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강의를 목표로 학습한다면 학습 효과도 더욱 강력해 질 수 있습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에는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깊이가 얕을 수는 있어도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기왕 어떤 분야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애초에 그것을 내 강의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기껏 만든 강의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분야라면 찾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즉 잘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분야 안에서도 난이도에 따라 극명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초급(입문) 강의가 상급 강의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예를 들어 Microsoft Office 제품군 중에서도 Excel은 Word보다 강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Excel 강의 중에서도 기초, 입문 강의는 VBA나 Data Modeling 강의보다 수요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것은 책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교 교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강의도 수익성 콘텐츠로써 시장성을 갖고 있어야 하므로 수요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모든 과정 중에서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란 것은 없다는 말처럼 계획하는 강의가 세상에 한 번도 없던 완벽하게 새로운 것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강의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출퇴근길에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지 말고 일단 자료 수집부터 하고 먼저 실행한 전문가들의 콘텐츠를 학습하고 분석하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책, 유튜브 영상, 교육 영상 등 넘치고 넘치는 콘텐츠를 모으고 정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것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외국에서 제작한 강의나 자료를 찾아보고 분석하기를 추천 드립니다.
문화의 다름에 기인하는 것인지, 압도적인 인구 수의 다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깊이와 다양성 측면에서 외국의 콘텐츠는 차별점이 분명해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유튜브 뿐만 아니라 유데미, 링크드인 러닝, 코세라, 에드엑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충분히 수집하고 학습해서 깊이와 넓이를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두번째 과정인 자료 수집 단계에서는 무작정 모으고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강의 계획(curriculum)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피벗 테이블 마스터 클래스를 제작할 때는 원노트로 강의 계획서를 정리했는데 중목차, 소목차로 목차를 정리하고 그 단원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을 편한 어조로 간단하게 기록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각 파트와 관련된 자료를 함께 정리해서 계속해서 참고했습니다.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계획되로 되지 않습니다. 촬영 하면서도 바뀌는 것이 계획이므로 완벽해야 한다는 것에 강박적으로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강의 계획이 어느 정도 만들어 졌다면 강의를 배포할 채널(플랫폼)의 담당자분들과 접촉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인프런, 클래스101, 클래스유, 베어유, 유데미 등 Edu-Tech 플랫폼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각 플랫폼마다 이름은 다를 수 있지만 콘텐츠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있습니다(이 글에서는 MD라고 하겠습니다).
완성된 후에 연락을 취해도 무방하지만, 어느 플랫폼에 언제쯤 어떻게 배포할지 제작 전에 협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분야별로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는데, 본인의 강의 분야에 해당하는 MD분을 찾아서 조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 좋을지 어떻게 해야 수강생들에게 보기 편할지 등 MD분들은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문을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과정에서 강의의 판매 가격과 수익 배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강의 가격은 강사가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른 강의를 참고해서 적정 가격을 설정해야 하고 수익 배분방식도 꼭 확인해서 비교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강의 원고를 작성합니다. 저는 전문 영상 제작자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영상 제작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잘 정리된 좋은 글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할 때는 편집이 술술 풀립니다. 좋은 글에서 좋은 영상이 나옵니다. 물론, 경험 많은 베테랑 선생님들의 경우 원고 없이도 NG 한번 나지 않고 물 흐르듯 몇 시간을 촬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회차별로 목차와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 보세요. 필요하다면 뉴스 앵커들이 하는 것처럼 대본을 작성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 녹화할 때는 '자연스럽게' 읽기가 쉽지 않아서 대본은 권하지는 않습니다.
아래 화면은 실제 피벗 테이블 마스터 클래스의 강의 원고인데 아웃라이너(트리구조) 스타일로 작성하면서 필요한 경우 실습 과정의 핵심적인 내용을 캡쳐해서 같이 구성했습니다.
아웃라이너 스타일로 작성한 메모는 파워포인트로 쉽게 전환해서 프롬프트 처럼 활용할 수 있는데 이 것의 제작 및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별도 콘텐츠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플랫폼별로 스튜디오를 직접 지원해줘서 촬영과 편집까지 대행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이 경우는 수익 배분이 강사에게 낮아집니다. 당연한 것이겠죠. 회사에서 투자한 비용을 고려해야 할테니. 이 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전문 제작사에서 하는 것보다 품질은 낮겠지만 투입 비용이 적어서 수익 배분율이 높을 수 있고 또 내 맘대로
많은 분들이 강사의 얼굴이 강의에 포함되는 것이 좋다고 하시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수강생별로 호불호가 있을 것 같으니 제작하시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내 얼굴이 나오게 제작하는 것은 촬영과 편집 난이도가 크게 높아 지므로 다소 어렵게 생각된다면 화면 녹화만 해서 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글에서 영상의 촬영, 편집 기능을 세세하게 소개해 드리기는 어려워서 요약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먼저, 용기 있게 본인의 얼굴을 포함하기로 했다면 몇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강의 영상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 두 번째는 집에서 웹캠이나 기타 카메라를 설치해서 셀프 촬영하는 방식 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피벗 테이블 마스터 클래스를 제작할 때는 약 1~2분 가량의 각 챕터 오프닝과 모든 차시의 시작과 끝부분을 스튜디오에 DSLR과 마이크를 갖고 가서 촬영하고 강의는 얼굴 없이 녹화해서 편집하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이 때 전문 스튜디오를 빌리기에는 부담스러워서 네이버 스퀘어 역삼 스튜디오의 무료 대여를 이용했습니다.
화면 녹화는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보고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때 듀얼 모니터가 있어야 좋습니다. 한 화면에는 강의 원고를 띄워 놓고, 다른 화면을 녹화하는 방식으로 해야 빠짐 없이 녹화가 가능합니다. 화면 녹화 프로그램에는 아래의 것들이 대표적으로 있습니다. 저는 편집까지 같이 할 생각으로 Movavi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OBS 스튜디오도 훌륭한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Camtasia
Movavi Screen Capture
곰캠
반디캠
OBS 스튜디오
화면 녹화용 소프트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마이크' 입니다. 직접 경험해보셨겠지만 효과가 나쁜 영상은 볼 수 있어도 음질이 나쁜 영상은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의 목적은 지식 전달인데 강사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잘 제작되어야 합니다. 마이크에 대한 정보는 '강의용 마이크'를 키워드로 검색해서 살펴 보시고 투자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저는 Rode사의 NT-USB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상 촬영이 끝나면 편집해야 합니다. 영상 편집은 단어 그대로 영상을 완성된 콘텐츠로 편집하는 과정이지만, 강의 내용을 복기해서 오류나 빠진 부분을 확인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모든 영상을 Premiere Pro로 편집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 때문에 포기하시는 경우도 많은데 이 기회를 빌려서 영상 편집을 배우시는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영상 편집은 파워포인트나 워드를 다루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벤져스같은 전문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짧은 강의 영상 정도는 스스로 편집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도저히 직접 편집을 못하겠다고 한다면 크몽과 같은 프리랜서 전문 플랫폼에서 편집을 해줄 수 있는 편집자를 구하시는 방법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도저히 뭔가 어렵다 싶으시면 촬영후 저한테 연락 주세요. 편집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의를 모두 촬영해서 편집까지 끝났다면 이제 썸네일과 상세 페이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썸네일은 강의의 대표 이미지입니다. 플랫폼별로 규격이 상이하니 반드시 담당 MD와 상의하시거나 해당 사이트의 안내를 확인하고 제작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썸네일은 수강생 분들이 클릭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리 귀한 에르메스 버킨 백이라도 마대자루에 담아 있으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입니다. 대충 하지 마시고 주변의 도움을 받더라도 잘 만드시기 바랍니다.
직접 만들 때는 아래와 같은 도구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워포인트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디자인 아이디어를 활용한다면 디자인 비전공자도 제법 괜찮은 수준의 썸네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어쨌든 최고는 포토샵과 같은 전문 디자인 툴이겠지만요.
파워포인트
포토샵
망고보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상세 페이지는 구매를 결정하는 큰 요소인데 강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구매를 이끌어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세 페이지는 에디터를 활용해서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게시물을 작성하듯 작성할 수도 있고 세로로 긴 이미지로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로 제작하는 것은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망고보드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생각보다 쉽게 뚝딱뚝딱 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강의 원고에서 말씀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어떤 메세지를 담을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다른 강의들 많이 참고하셔서 충분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정리하고 이것을 디자인으로 구현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강의 영상이 완성되고 썸네일과 상세 페이지까지 제작이 끝났다면 9부 능선을 넘으신 것입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이제 업로드 해야 합니다. 강의 영상은 보통 수십개의 영상 파일로 나오기 때문에 최초 제작할 때부터 번호를 잘 메기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업로드도 한두개 플랫폼이라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여러 플랫폼에 올릴 때는 꽤나 주의를 요합니다. 해당 사이트의 업로드 방식을 숙지하시고 잘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담당MD와 협의하셔서 정식으로 개설하고 운영을 개시하면 되겠습니다. 운영시에는 질의응답과 수강평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지연되지 않도록 질문에 대한 응답을 처리하고, 수강평은 꼼꼼히 모니터링해서 강의의 오류나 품질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강의를 넘어서서 사람들이 원하는 강의를 만들기 위해서 피드백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과정입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서 개설하는 일련의 과정을 짧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2020년 6월 피벗 테이블 마스터 클래스를 오픈했는데 제 인생에 그 강의 개설 하나는 많은 변화를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다양한 강의 제작 의뢰와 오프라인 출강 요청이 시작되었고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첫 걸음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일단 발걸음을 떼시기를 응원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어느 정도 걷다가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mjN7Hx7neyYyC36Y16HzX5dGp6H5e8f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