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져 있어야 빼앗기지 않고, 비워낼 수 있어야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은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산다.
서로를 기대고, 서로에게 기대며 살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누군가를 갉아먹고, 또 갉아먹힌다.
관계가 깊어지면 더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는 만큼 손실도 커진다.
정성을 주면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커지면 요구가 따라붙는다.
그 요구는 어느 순간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변하고,
관계는 조용히 무게를 잃는다.
우리는 흔히 ‘채움’을 좋은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채움에는 늘 ‘빼앗김’이 함께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면
그만큼 빠져나가는 부분이 생긴다.
애정도, 시간도,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갉아먹힘 자체가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갉아먹혔을 때 흔들릴 만큼
비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조금 덜 주더라도
내 안에 여유가 있다면 괜찮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잠시 밟고 지나가더라도
내 중심이 단단하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건
“누가 나를 갉아먹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얼마나 채워져 있는 사람인가”이다.
풍족한 사람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가난한 감정 상태일수록
타인의 말 한마디에 깊이 다치고,
작은 무시에 오래 흔들린다.
내가 비어 있을 때는
세상의 작은 균열도 나를 쪼개버린다.
하지만 단단한 사람은 다르다.
갉아먹히는 순간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채움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비축한 시간,
자기만의 고요,
자기에게 집중하는 습관이
내구력을 만든다.
우리는 결국
세상과 사람 속에서
끊임없이 조금씩 잃어가며 산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채우고,
더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풍족해야 버틸 수 있고,
단단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갉아먹힘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비워지는 만큼 다시 채울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삶을 오래 견디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