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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을 요구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불안의 언어다

사랑이 단단할수록 확인은 줄어든다

by Billy

사랑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나 정말 좋아해?”
“나한테 마음 맞지?”
“요즘 왜 이렇게 달라졌어?”


이 질문들은 겉으로는 사랑을 확인하는 말이지만
그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사랑이 아니라 불안을 확인하는 말이다.



확인이 필요한 사랑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사랑이다.


사람은 단단함을 확인받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만 확인 받고 싶어한다.


불안은 관계 속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말이 조금 줄어들 때,
응답이 늦어질 때,
표정의 결이 낯설어질 때
그 작은 변화가 감정의 흔적을 깨우고
불안은 자신만의 속도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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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은
확인을 통해 그 틈을 메우려고 한다.
하지만 확인은 틈을 메우지 않는다.
오히려 틈을 더 넓힌다.


확인을 강요한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에게 감정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사람의 온도도
이때 급격히 달라진다.
확인을 요구하는 사람의 온도는 과열되고
확인을 받는 사람의 온도는 갑자기 식는다.


한쪽은 더 붙잡으려 하고
다른 한쪽은 더 벗어나고 싶어진다.


이 온도의 비대칭은
사랑을 소모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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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단단한 사랑일수록
확인이 필요 없다.


말로 확인받지 않아도
상대의 시선,
행동의 결,
함께 쌓인 시간의 온도가
이미 그 답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진짜 사랑에서는
확인보다 신뢰가 먼저다.


확인은 순간을 달래지만
신뢰는 관계를 지탱한다.

확인에 의존하는 사랑은
대개 과거의 상처에서 시작된다.


언젠가 버려졌던 기억,
언젠가 무너졌던 순간,
언젠가 예상치 못하게 사라졌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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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적이 지금의 사랑을 흔들고
현재의 상대에게 과거의

그림자를 대신 떠안긴다.


사랑이 깊어지는 건
확인이 쌓일 때가 아니라
불안이 줄어들 때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정말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가 불안해서일까?”


그 질문에 솔직해지는 순간
사랑은 비로소
상대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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