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려는 순간 사랑은 사라진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다.
집착은
붙잡는 것이다.
이 차이를 모르는 순간
사랑은 사랑의 얼굴을 잃어버린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먼저 생기는 마음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진하게.
하지만 이 마음이 조절되지 않으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변한다.
붙잡고 싶은 마음은
소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변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상대를 점점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으로 바꿔버린다.
사랑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감정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다.
함께 있던 마음이 지배하려는 마음으로,
지켜주고 싶던 마음이 통제하려는 마음으로
슬며시 변할 때
사랑은 이미 균열을 시작한다.
관계의 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상대의 자유가 줄어들고
상대의 자리가 좁아지고
상대의 온도가 쉽게 흔들릴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집착은 감정이 아니라
불안의 구조다.
붙잡지 않으면 떠날까 봐,
확인하지 않으면 사라질까 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내 가치가 줄어드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사람은 잡고 또 잡으려 한다.
하지만 사랑은
손을 움켜쥘 때가 아니라
손을 맞잡을 때 자란다.
손을 잡는다는 건
서로를 묶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방향을 확인하는 일이다.
감정의 흔적도
소유하려는 순간 깊어지며
상대에게 상처를 남긴다.
사랑의 이름으로 내뱉은 말들이
사실은 상대를 좁게 만드는 말들이고,
사랑의 이름으로 한 행동들이
사실은 상대의 자유를
침범하는 행동들일 때
관계는 조용히 식어간다.
사람의 온도 또한
소유의 순간 급격히 변한다.
붙잡으려는 쪽은 뜨거워지고
붙잡히는 쪽은 차가워진다.
이 온도의 비대칭은
사랑을 소모적으로 만든다.
진짜 사랑은
붙잡지 않아도 떠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
말하지 않아도 마음의 방향이 같은
사람과의 연결이다.
그 연결은 통제에서 오지 않고
서로의 존중에서 온다.
사랑은
함께 걷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속도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발걸음을 맞추는 일이다.
소유하려는 순간
사랑은 사라진다.
하지만 서로를 자유롭게 둘 때
사랑은 다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