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 해도 된다는 순간,
관계는 이미 멈춰 있다

익숙함이 노력이 사라지는 이유가 될 때

by Billy

관계를 망가뜨리는 건
노력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대부분은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익숙함은
관계를 편안하게 만든다.
말을 줄여도 이해될 것 같고,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 같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관계가 유지될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안 해버린다’로 바뀔 때다.


그때부터 관계는
성장을 멈춘다.


그리고 성장이 멈춘 관계는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침식되기 시작한다.


pexels-efrem-efre-2786187-16978281.jpg

노력이 사라진 자리는
당연함이 차지한다.
당연함은 편안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예의도, 호기심도,
상대를 향한 긴장감도 없다.


관계의 틈은
이 지점에서 생긴다.


예전엔 했던 작은 행동들,
먼저 묻는 말,
다시 확인하는 마음,
괜히 한 번 더 건네던 표현들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틈은 넓어진다.

감정의 흔적도 남는다.


상처를 준 기억은 없는데
서운함이 쌓인다.
무언가 잘못한 건 없는데
마음이 식었다는 느낌만 남는다.


이건 다툼의 흔적이 아니라
노력의 공백이 남긴 흔적이다.


pexels-aleksandr-neplokhov-486399-1404895.jpg

사람의 온도 역시 달라진다.
예전엔 말 한마디에 묻어 있던 체온이
이제는 건조해지고,
관계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가장 위험한 온도로 머문다.


관계는
유지된다고 해서 자라는 게 아니다.


관계는
계속 선택될 때만 자란다.
“오늘도 이 관계를 선택하겠다”는
작은 태도들이 쌓여야
관계는 앞으로 간다.


노력은
큰 희생이 아니다.


다시 묻는 것,
다시 표현하는 것,
다시 신경 쓰는 것.


익숙함 속에서도
그걸 멈추지 않는 태도다.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싸울 때가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다.


그 평온함 속에서
관계는 조용히 늙어간다.



익숙함은
노력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섬세한 노력을 요구한다.

‘안 해도 된다’가
‘안 해버린다’로 바뀌는 순간,
관계는 멈추고
침식은 이미 시작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정을 미뤄두는 순간, 관계는 이미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