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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경 Aug 08. 2024

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열 번째 오늘, 분노상자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의 난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좋지 않은 기억들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 수많은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나를 구속했던 부모님, 나를 지지해주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 자신을 돌보지 못한 나에게도 분노가 생겼다.


분노를 가지고 산다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타인을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내 몸이, 그리고 내 마음이 아파왔다. 분노로 가득 찬 내 마음이 강렬한 불꽃같았다. 아무도 다가올 수 없도록 활활 타올랐다.


화병. 내 상처에 집착한 나머지 나의 마음에 병이 생겼다. 분명 타인이 준 상처인데 나로 인해 그 깊이가 더 깊어져 버렸다. 계속해서 미움만 가지고 있는 것보단 그냥 나 혼자 삭히면 될 것 같았다.


그래, 괜찮아...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


그렇게 나의 마음을 예쁜 상자로 포장했다. 하지만 난 진짜로 괜찮은 게 맞는 걸까? 아니었다. 악한 감정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계속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이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쌓였던 상자들은 자꾸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다. 모르는 척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정도까지.


악한 미움과 분노를 그대로 표출할 수도 없고, 혼자 삭히기도 힘든 상황에서 나는 더 이상 갈 곳을 잃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너의 마음을 오롯이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용서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용서를 하면 그 사람들이 편해지는 것이지 왜 내가 편해진다고 하는 걸까?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닌가?


나는 세월이 흐르며 그 말뜻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나를 지키고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용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용서라는 걸 깨달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움과 분로를 느끼며 점점 커져만 가는 고통은 내 몫이라는 걸 알고 나니 허무해졌다.


그래서 나는 나를, 그리고 모두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상처 입은 상황에서 용서란 쉽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는 수많은 분노가 꽈리를 틀고 있었고 그 분노는 크기도 모양도 모두 달랐다. 상처가 작은 경우에는 작은 용서가 필요했고, 상처가 크면 그 크기만큼 큰 용서가 필요했다. 큰 용서는 계속해서 내 마음 밖으로 떠나려 하지 않았고,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마음을 먹었다고 마음먹은 만큼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되려 가만히 두는 게 오히려 약이 될 때도 있었다. 억지로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천천히 떠나보내는 것 또한 용서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을 향한 나의 미운 마음들이 사라질 무렵, 가장 중요한 용서 하나가 아주 크게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용서였다. 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하며, 과거의 실수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한다. 하지만 나를 용서하는 일을 놓쳐버리면 불쌍한 나는 누가 용서해 줄 수 있을까? 과거의 잘못으로 지금의 나를, 그리고 지금의 오늘을 아프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나를 그리고 모두를 용서하려 한다.

열 번째 오늘 끝.



• 오늘의 질문 일기 •



Q1. 지금 용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Q2. 용서는 누굴 위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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