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은경 Aug 09. 2024

사랑하고 또 사랑해

열한 번째 오늘, 감사의 인사


유산의 아픔이 남편의 사랑으로 점차 치유가 되고 마음에 평온이 찾아들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노래를 찾아 듣고 지인들과 만나서 위로도 받았다.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내 편 같은 생각에 감사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게 된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웃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나에게 사랑스러운 천사가 와주었다. 임신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좋은 생각만 했고, 좋은 것만 보려고 했고, 좋은 음식만 먹으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클래식을 들으며 명상에도 힘썼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자주 읽어주었다. 태교에 좋은 노래를 찾아 들으며 매일 행복한 생각만을 했다.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것은 일절 보지 않았고, 대신 푸르른 하늘을 많이 쳐다보았다.


해님도 예쁘고, 구름도 예쁘고, 달님도 예쁘고, 싫었던 비조차도 모두 예뻐 보였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모든 게 다 예쁘게만 느껴졌다. 밀가루가 아토피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말에 그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들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매운 것도 멀리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나의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다. 나에게 와준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감사의 표현이었다.


막달이 되니 손과 발이 팅팅 붓고 골반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아이 생각만 하면 신기하게 버텨졌다. 엄마란 그런 것. 만날 날을 기다리며 나는 아이를 위한 선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턱받이, 배냇저고리, 베이비보닛, 손싸개, 발싸개, 베개, 애착인형,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손바느질을 했다.


'사랑하는 내 아가, 엄마 아빠에게 와 주어 고마워.'


아이와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부드럽고 따뜻했던 온기. 언제 아팠냐는 듯 고통이 사라졌다.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후처치를 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첫째를 안전히 출산하고, 2년 뒤 마냥 이쁜 둘째까지 출산하자 비로소 우리 가족이 완전해졌다.


출산은 인간 삶에서 가장 놀라운 기적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 순간은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도 아이도 말이다. 생명의 신비를 맛보고 나면 온 세상이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어떤 말로 그 느낌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를 안아 보고 나면 무한한 감사와 경이로움에 가득 찬 마음이 우러나온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그 작은 생명체 하나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를 만나며 돌보며 나의 품이 저절로 따뜻해졌다. 출산은 단순히 새로운 생명을 이 세상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새로운 역할도 가져다주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엄마이고, 그렇기에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간과해 왔던 일상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도 생겼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도움에 내가 있고, 남편이 있고,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이 예쁘게 보인다.

세상이 마냥 아름답다.

그리고 그 소중함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나에게 기쁨과 사랑을 선사해 준 나의 행복, 나의 두 딸아 사랑해.


열한 번째 오늘, 끝.




• 오늘의 질문 일기 •



Q1. 지금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Q2.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 이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이전 11화 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