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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부분 May 02. 2022

시작은 쉬우나 지속하는 것은 예술이다

<꾸준함>

 평소 명언이라든지 인생에 도움이 되는 글귀라든지 하는 것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구절이 있냐고 묻는다면 주저 않고 꼽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시작은 쉬우나 지속하는 것은 예술이다.’ 누구나 조금의 용기가 있다면 시작할 수 있지만, 시작한 일을 지속하는 것은 예술처럼 멋진 일이 아닌가. 혹은 꾸준히 하다 보면 그게 무엇이든 예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기도 한다는 뜻일 거다. 몇 년 전 친구가 알려 준 구절인데, 힘들 때마다 들여다보면 꾸준하게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거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우리는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sns에 인증용 계정을 만든다든지, 모임을 만들거나 시도 때도 없이 보아야 하는 달력에 표시를 하고 (보통의 글쓰기를 하는 것처럼) 돈을 걸어 놓는다. 그러다 보면 눈물 날 정도로 귀찮고 하기 싫은 일도 어쩔 수 없이 꾸준히 하게 된다. 그렇게 어떤 식이든 백 일만 하면 습관이 된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시도는 해 보았으나 나에게는 아직 강제로 만든 습관이 없다. 사진 찍기, 운동을 한다거나 책을 보는 등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데도 꾸준히 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냥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들이다. 시간과 규칙을 지켜서 해야 한다면 쪼들리는 마음에 더 하기 어려워지는 것들이다. 그냥 하다가 또 하지 않다가, 또다시 시작하다 보면 즐겁게 할 수 있는데 굳이 수식어를 붙여 힘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의 꾸준함이 낳은 결과 대해 이야기하자면, 요가의 시르사아사나 자세를 하는 데 성공했다. 시르사아사나는 두 팔꿈치와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는 자세다. 혈액 순환과 어쩌고 저쩌고 좋은 점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이효리가 하는 걸 보고 멋있어 보여서 한 번 도전해 볼까 싶었다. 두어 달 전부터 조금씩 자세를 연습했는데, 매일 하지는 못했지만 요가 매트를 깔아 놓고 틈틈이 연습했던 것 같다. 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안 될 때,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자려고 눕기 전에, 퇴근하자마자,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 없이 물구나무를 섰다. 몇 번인가를 뒤로 옆으로 구르고 넘어지고 등에 알이 배기고 이러다 목 디스크가 오는 게 아닐까 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물구나무를 선 채 균형을 잡을 수 있었고 지금은 같은 자세로 일 분이나 버틸 수 있게 되었다. 



두 달짜리 시르사아사나


 매일아침 우리는 몸을 일으키고, 밥을 먹고 몸을 씻고 살아가기 위한 행동들을 반복한다. 나는 출근길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에서, 때때로 그런 꾸준함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긴다. 반복되는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고 그 안에서 변주되는 삶의 모습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그저 눈을 감고 뜨기만 해도, 내가 변하지 않아도 변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 꾸준함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멋지다. 꾸준함을 바탕으로 재능을 인정받아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 꾸준히 하다 보니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왜 나는 그렇게 진득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나 싶다가도 꾸준하기만 하면 나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의 위안이 된다. 그러니 나는 당분간 꾸준히 하는 사람보다, 조금의 용기를 가지고 이것저것 시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볼까 한다. 조금씩 하다 보면 팔십 살 즈음에는 뭐라도 꾸준히 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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