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부분 Feb 07. 2022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정말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기싫음>

1

 귀찮다거나 하기 싫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정말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귀찮다거나 힘든 기분이 들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까 하기 싫은 마음은 꼭 해야 하는 것들에서 나온다.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명백하게 해야 할 일들이 놓여 있으면 재거나 피하지 않고 일단 움직이는 사람들. 아침에 알람이 한 번만 울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설거지나 분리수거를 미루지 않고, 둘둘 말려 있는 요가 매트를 굳이 펼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렇게 작은 움직임들이 쌓이고 쌓여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른 삶을 만들어가는 거겠지. 하고자 하는 일에 생각 없이 바지런한 사람들이 부럽고 또 그들을 닮고 싶다. 


 하기 싫어지면 되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기 싫으면 책상 정리가 하고 싶어진다거나, 출근이 하기 싫으면 화분에 물을 주고 싶어지거나,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별의별 것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것들을 꼭 해치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데, 하기 싫은 걸 어떻게든 미루고 싶어 엄한 데를 기웃거리고 있는 스스로가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본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핑계를 대어 편안함을 추구하려고 하는 이 마음이, 아마 나의 DNA 깊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마주치면 뾱 튀어나와 나의 몸과 정신 상태를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거다. 뭐 전부 나를 위한 것이니, 최선을 다해 나의 안락을 추구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거나 꾸짖기만 하지는 말아야지. 마음속 깊이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어릴 적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위태위태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온몸이 배배 꼬이고 바닥에 드러누워 악을 쓸 정도로 하기 싫은 일들일 텐데. 어른이 된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아내느라 고생이 많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누구나 편안하고 걱정 없는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능한 한 타인과 부딪히지 않고, 굳이 누군가를 이겨먹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여유롭게 베풀고, 남을 상처 주지 않고 조금은 부지런하게도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어느 정도는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으려고 일해서 돈을 모으고 복권을 산다. 돈이 많으면 아쉬운 소리나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렇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는 게 말장난 같고 웃기면서 조금 슬프기도 하다. 


 삼 월의 시험을 앞두고 하고 싶은 것들이 부쩍 많아졌다. 시험이 끝나면 널브러져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봄이 오면 새로운 취미 한두 개는 시작 해 보아야지. 아무래도 이번 주에는 꼭 까먹지 말고 복권을 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또한 그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