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작아지는 것이 성장이다
오후 세 시쯤, 사무실 창밖을 바라본다.
만추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책상 위에 사각형 빛무리를 만든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문득 몇 년 전을 떠올린다.
그때 우리 사무실은 지금보다 훨씬 북적였다.
직원이 스무 명 가까이 되던 시절이었다.
아침마다 커피 머신 앞에 줄이 섰고,
회의실은 늘 누군가 사용 중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번성하는 법인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 가지 일을 두 명이 담당하게 했더니
묘한 일이 벌어졌다.
둘 다 상대방이 하겠거니 생각했고,
결국 아무도 하지 않았다.
마치 양쪽에서 문을 밀어야 열리는 회전문 앞에서
서로 상대방이 먼저 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업무 공백은 오히려 혼자 일할 때보다 커졌다.
작년에 담당했던 회생 사건이 떠오른다.
한때 잘나가던 제조업체였다.
공장 세 개, 직원 이백 명.
사장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제일 큰 회사입니다."
하지만 규모를 관리할 능력은 없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는 상황이었다.
재고는 창고에 쌓였고, 매출은 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맡는 파산 사건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
무리한 확장, 관리 부재, 예상 밖의 매출 부진.
마치 작은 그릇에 너무 많은 물을 부으려다
결국 다 엎질러버린 것 같은 상황들.
우리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다.
인건비는 늘었지만 성과는 제자리였다.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조직을 축소하기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 우리 사무실엔 경력직 직원 여섯 명이 있다.
각자 자기 영역이 명확하다.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고, 필요할 때 협력한다.
가끔 업무가 몰릴 때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혼란스럽진 않다.
작은 배가 큰 배보다 방향 전환이 빠른 법이다.
며칠 전, 단골 일식집에 갔다.
주인장이 혼자 운영하는 작은 가게다.
카운터 여덟 석이 전부다.
하지만 예약 없인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주인장은 말했다.
"예전엔 홀 서빙하는 직원도 두고, 테이블도 늘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 요리 맛이 떨어지더라고요. 지금이 딱 좋아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정한 크기라는 게 있다.
모든 조직에는 자기만의 적정 규모가 있고,
그것을 아는 것이 지혜다.
요즘 들어 생각한다.
성장이란 꼭 커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때로는 작아지는 것도, 멈추는 것도
성장일 수 있다고.
중요한 건 자신의 그릇 크기를 아는 것이다.
창밖의 빛무리가 조금씩 이동했다.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다.
예전처럼 시끌벅적하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다.
작지만 단단한 조직.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우리는 우리의 속도로,
우리의 크기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