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셔츠로 몸을 닦는 법
물에서 올라왔다. 타일 바닥이 차가웠다.
화요일 저녁. 사직수영장.
레인에는 아직 두세 명이 남아 있었다.
나는 수경을 이마 위로 올리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벽면을 따라 놓인 거치대에서 내 자리를 찾았다.
기둥 바로 옆. 그물망은 있었다.
샴푸, 바디워시. 제자리에 있었다.
수건이 없었다.
흰색 목욕타올. 분명히 거기 놓아두었다.
나는 젖은 채로 거치대 앞에 서서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물망. 샴푸. 바디워시.
수건은 없었다.
물이 발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수건은 제자리에 있었다.
파란 것, 회색 것, 줄무늬 것. 내 것만 없었다.
수영장 탈의실에 카메라가 있을 리 없었다.
그때 샤워실 쪽에서 노인이 한 분 나왔다.
짧은 백발. 마른 체형.
"저기, 뭐 흘리고 갔어요."
샤워실 안쪽 바닥 구석에 수영모자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검은색 실리콘. 나는 흰색을 쓴다.
"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노인은 관심을 잃고 지나갔다.
나는 다시 거치대 앞으로 돌아왔다.
프런트에 가서 수건을 도둑맞았다고 말할 수는 있었다.
그 사이에도 몸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것이 더 급한 문제였다.
가방을 뒤졌다.
여벌 수건은 없었다.
손에 잡힌 것은 속에 넣어두었던 런닝셔츠였다. 흰색 면.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머리부터 닦았다.
면이 물을 잘 머금지 못해서
닦는다기보다는 문지르는 쪽에 가까웠다.
팔을 닦고, 가슴을 닦고, 다리를 닦았다.
런닝셔츠는 금방 축축해졌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옷을 입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출입문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었다. 둥근 플라스틱.
무심코 지나치려다 안에 하얀 것이 보여서 멈추었다.
내 수건이었다.
접히지도 않은 채 구겨서 쑤셔넣어져 있었다.
누군가 그것으로 몸을 닦고, 밖으로 나가면서 버린 것이다.
나는 쓰레기통 안을 들여다본 자세 그대로 잠시 멈춰 있었다.
꺼낼까 생각했다. 꺼내지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덜 마른 상태여서 목덜미 쪽으로 찬 것이 흘러내렸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 감각이 계속되었다.
셔츠 안쪽으로, 등줄기를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