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마이 카레라이스 스토리

20년 전 그 친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0.

오늘도 더위로 잠을 설쳤다.

더 잘까 하다가 그냥 일어났다. 새벽 3시다.

몸은 땀으로 젖어있고 머리는 무겁다.

조용조용 샤워를 한 후 커피 1잔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통상적인 아침루틴이다. 30분 후면 잠이 깨고 머리가 맑아진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히려 속이 미식거리고 두통이 더 심해진다.

아. 이거 정말 컨디션이 안좋구나.


오늘은 '힐링카레'를 먹어야겠군.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이를 회복하는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카레라이스'를 먹는 것이다.

물론 평범한 카레라이스는 아니다. 특정한 방식으로 만든 카레라이스다.


2.

이 카레라이스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어렸을 때 우리집 식탁에 '카레'라는 음식이 등장한 적은 없었는데

당시 어머니께서는 '카레 => 인스탄트 음식 => 몸에 안좋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내가 카레, 정확히는 '카레라이스'라는 음식을 접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다.

대학교 기숙사 식당이라던가 군복무 중 급식메뉴 등에서.

물론 어렸을 때 먹지 않았던 것이라 그런지 딱히 선호하는 음식은 아니었다.


3.

20년전 쯤. 막 30대에 접어들 그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직업을 가지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었다.

이를 위해 '스터디모임'에 가입했었는데,

그 중 1명이 바로 나의 '힐링카레' 레시피를 알려준 장본인이다.

그 친구는,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채식주의자'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 생선, 고기, 유제품은 먹지 않았고,

여러종류의 '버섯'들, 신선한 야채, 들기름과 땅콩기름, 잡곡밥 만을 섭취했었다.

거기다 식후에는 '녹차'를 마셨고, 1주일에 하루는 등산을 다녔다.

당연히 식당에서는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매 끼니를 자기가 만들어 먹었다.

왜 이런 식의 식단을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의 부모님 중 1분이 암으로 위독하셨는데

우연히 알게된 '도인'으로부터 저런 식단을 전수받아 속는 셈치고 이를 실천했었단다.

그리고 1년 후, 놀랍게도 암이 완치되었고, 이후 그 친구와 그 가족들은 저 식단을 계속 고수한다고

했었던 것 같다.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후 몇 차례 그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같이 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건강하고 신선한 메뉴였다.


4.

한번은 그 친구에게 매일 저렇게만 먹으면 질리지 않느냐고 물어봤었다.

그럴 때는 자기도 가끔 '별식'을 먹는다고 했었고

내가 궁금해하자 어느 주말, 그 친구는 나를 초대해서 그 '별식'을 대접해주었다.

그게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그 '카레라이스'였다.

당연히 이 카레라이스에 고기류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다 등 조미료도 마찬가지.

들어가는 것은 사과, 양파, 토마토, 2종류 이상의 버섯. 이게 전부다. 당근, 감자 같은 것도 넣지 않는다.

재료를 볶지도 않는다. 아. 물도 별로 넣지 않는다.

그렇게 1시간 가량 끓인 후, 잡곡밥을 준비해서 먹는게 전부다.

반신반의하면서 카레를 먹었는데... 뭐랄까..

먹으면 먹을 수록 점점 몸에 온기가 차면서 뭔가 속이 편안해졌었다.

당시 많이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 카레라이스를 먹고 난 후 뭐낙 '회복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신기하게도. 너무나 신기하게도.


5.

얼마 후 그 스터디는 해산되었고, 그 뒤로 그 친구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시간은 벌써 20년이나 흘렀다. 지금 그 친구의 이름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카레라이스를 대접받은 그 주말의 정경, 그 카레라이스의 레시피, 먹고난 후 느꼈던 그 회복의 느낌은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오늘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고 뭔가 회복이 필요할 때면

나는 혼자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곤 한다.

물론 내 나름대로 튜닝을 거친 부분도 있지만 그때 느꼈던 그 '회복된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부터 나는 이 음식을 '힐링카레'라고 부르고 있다.


6.

힐링카레를 먹었다.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다.

오늘 밤 시작되는 '휴가로서의 여행'도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 휴가에도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