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습작] 벽의 두께 3.

차음 — 봄이 오기 직전의 어떤 아침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나는 한 문장을 오래 곱씹었다.


나는 잘못은 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책임졌다.


그 문장이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믿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영원히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


나는 메시지를 썼다.


"이 관계를 계속하기 어렵겠습니다. 연락이나 방문은 삼가주세요."


그리고 차단했다.



그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폭풍이 올 줄 알았다.

새벽에 벨이 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전화가 쏟아질 줄 알았다.

몸은 이미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마다 현관 쪽으로 귀가 기울어졌고,

복도에서 소리가 나면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오히려 그 고요함이 불안했다.

냉장고 컴프레서가 돌아가는 소리를

초인종으로 착각하고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윗집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에 가슴이 뛴 적도 있다.

몸이 아직 이전의 경보 체계 안에 있었다.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소리를 기다리는 자세가 남아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 반응이 조금씩 줄었다.


소리가 들려도 "아, 윗집이구나" 하고 돌아누울 수 있게 되었다.

출근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뢰가 하나 들어왔다.

오래된 빌라의 층간소음 문제였다.

삼십 년 된 건물이라 벽체 도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장에 가서 벽을 두드려보고,

기존 구조를 추정하고, 보강 설계를 했다.

콘크리트 위에 방진 패드를 깔고,

뜬바닥을 시공하고, 공기층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완벽한 차음은 불가능했다.

다만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이는 것.

그것이 이 의뢰의 목표였다.


일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도면을 그리고, 수치를 넣고, 재료를 선정하는 동안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2주째.


저녁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예전만큼 괴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외롭지 않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외로움의 형태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무언가에 짓눌리는 외로움이었다.

누군가 나를 버렸다는, 세상에 나 혼자라는,

그래서 빨리 누군가에게 가야 한다는.


몸이 가만히 있질 못했다.

술을 마시거나,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아무에게나 연락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다.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넓은 방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었다.

무섭지는 않은. 다만 조용한.

가만히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어쩌면 외로움에도 등급이 있는 것인지 모른다.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그녀가 남기고 간 것들을 정리했다. 어느 저녁, 별다른 결심 없이.

욕실의 수건을 빨아서 개어 비닐봉투에 넣었다.

싱크대 위의 꽃무늬 머그컵을 씻어서 찬장 안쪽에 넣었다.

버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둘 필요도 없었다.

그것들이 사라지자 싱크대가 넓어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약간 놀랐다.



3주째 어느 날, 현장에서 신축 아파트의 바닥 충격음을 측정했다.


처음 그녀와 연락이 끊겼던 무렵의 그 현장이 아니라 다른 현장이었다.

하지만 하는 일은 같았다.

고무공을 떨어뜨리고, 아래층에서 데시벨을 읽는다.

함께 온 젊은 현장 감리가 측정기 바늘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 정도면 기준 통과입니까?"


나는 측정기를 보면서 답했다.


"소리를 완전히 없애는 벽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이는 게 설계의 목적이지요."


감리는 "그렇군요" 하고 수첩에 메모했다.


나는 측정기를 정리하면서, 방금 내가 한 말을 잠깐 곱씹었다.

견딜 수 있는 수준.

그것이 벽에만 해당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다음 측정 지점으로 이동했다.



어느 아침.


커피를 내렸다. 싱크대가 넓었다.

창밖으로 아직 잎이 나지 않은 가로수 가지 사이로 빛이 비치고 있었다.

3월 말이었다.


핸드폰에 동료 설계사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되면 밥이나 한번."


나는 "그러지요"라고 답했다. 별 생각 없이.

그리고 컵을 씻었다.

수돗물 소리가 좁은 주방에 울렸다.


코트를 집어 들었다. 현관에 서서 신발을 신었다.


문을 열기 전, 잠깐 멈추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다.

나는 가만히 들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문을 열고 나섰다.


바깥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며칠만 더 지나면 따뜻해질 것이다. 아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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