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과정

이렇게 하면 나의 '작심삼일'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까?

최근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지나치게 '결과지향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나의 '작심삼일' 경향에 대해 고민하다가 찾아낸 것인데,

뭔가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 미리 말해두는데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개인적인 일'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업무적인 것들, 즉 제3자와 계약관계에 기인한 행위들의 경우

계약에 따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니까.



반복되는 실패의 패턴


예를 들어 '오늘부터 매일 독서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읽을 책을 정하고 기간을 정하고 매일의 목표량을 정한다.

그 다음은 그냥 '읽으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무척 간단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계속 실패를 했었다.

뭔가를 읽고 쓰는 것이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가끔은 다른 일로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고, 실천하기 어려운 과도한 계획을 세운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다 개선했음에도 실패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럴 때의 상황을 복기해보면 이렇다.

1. 일단 며칠 동안 정해진 양의 책을 읽는다

2. 그러다보면 '뭔가 좀 기록해둘까?' 라는 생각이 든다

3. 영상촬영을 해보거나 내용을 요약하는 등의 추가적인 걸 시도한다

4. 몇 번 성공한다. 뿌듯해한다

5. 근데 며칠 지나면 이런 부수적인 작업들이 번거롭다고 느낀다

6. 바쁜 일이 몇 번 생겨서 하루 이틀 빼먹는다.

7. 결국 모든 것을 멈춘다


결과물에 대한 강박


이 과정을 보면 원래의 계획에서 3번이 추가됨으로써

결국 전체적인 계획이 어그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나의 독서에 대한 어떤 '결과'를 남기려고 시도하는 것이

안타깝게도 나의 전체적인 계획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행위에 대해서 결과물을 남기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물을 남기려는 시도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그걸 하려다보니 결국은 전체적인 것이 다 날아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독서' 그 자체보다 '그걸 어떻게 정리할까'를 가지고 골몰하다가

결국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다 놓아버리는 그런 형국이었다. 지금까지.


더 나아가 이렇게 남긴 결과물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개인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쉽게 포기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나는 15년 전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그 이후로 그 동영상을 사용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즉 그런 식으로 만든 결과물이 실제로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새로운 접근: 과정 자체에 의미 두기


그래서 문득 생각해봤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결과물을 남기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고,

그 행위, 예를 들면 '책을 읽는 것'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해서는 딱히 남는 게 없고, 그래서 무용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뭐 어떠랴? 그냥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그렇게 무언가로 채워나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행위는 결과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면 안되는 것일까?

백번양보해서 만약 행위에 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행위를 해서 내가 성취감과 만족을 얻는다는 '결과'만으로는 안될까?

당연히 안될리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치매 걸린 어머니가 준 깨달음


최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평소 어머니는 이것저것 많은 걸 시도하시던 분이셨다.

여러가지 장사, 주식투자, 등산, 에어로빅, 자격증취득, 여러가지 요리만들기 등.

어느 시점부터 어머니의 여러가지 '시도'가 줄어들기 시작했었고

치매가 진행 중인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시고 계신다.

어머니가 벌리신 몇 가지 일들로 인해 크진 않지만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한 적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제발 좀 가만히 있으시라'고 말리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회한다. 그냥 못본척 넘어가 드릴 걸, 아니 응원이라도 해드릴 걸.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 어떤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뭐. 하여튼.


그런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로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행위를 하든지 간에 그 행위 자체를 '치매 예방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의 모든 행위는 그걸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일 테니까.

굳이 어떤 결과를 내지 않더라도 말이다.



실제 적용해본 결과


요 며칠 연휴기간 동안 'Paint It Rock 2'라는 책을 읽었다.

원래 록을 꽤 좋아하기도 했고, 만화로 되어 있기도 해서

몇 번이나 읽으려고 시도를 했지만 완독에 실패한 책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데, 여기서 소개되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명곡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진도가 늦어졌고 결국은 중간에 포기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편안하게 읽어나갔다. 그랬더니 몇 시간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결과를 남기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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