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부동산 명의신탁의 함정

서로 도와주려다 벌어진 법적 분쟁

0. 사례: A와 B의 아파트 이야기


B씨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집이 있어서 세금 부담이 걱정되었죠. 그래서 친한 친구 A씨에게 부탁했습니다.


"내가 살 집인데, 네 이름으로 계약해줄 수 있을까? 세금 때문에 그래. 나중에 내 이름으로 바꿔줄게."

A씨는 친구를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계약금은 B씨가 주고, 나머지 돈은 A씨 이름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해결했습니다. B씨는 "대출 이자는 내가 낼게"라고 약속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B씨는 약속과 달리 대출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았고, A씨가 대신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A씨가 "이제 네 이름으로 집도 바꾸고, 대출도 네가 받아달라"고 하자, B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안 된다"며 이를 거절하고 언제부터인가는 연락도 잘 되지 않습니다.


현재 A씨는 각종 세금 및 대출금변제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연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명의신탁이란 무엇인가?


(1) 명의신탁의 개념


위 사례는 전형적인 '명의신탁' 사례입니다. 명의신탁이란 실제 소유자(B)와 서류상 소유자(A)가 다른 상황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진짜 주인은 B인데, 서류에는 A가 주인으로 되어 있는" 상황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명의신탁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금을 피하거나, 재산을 숨기거나, 부동산 투기를 하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법이 보는 명의신탁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줄여서 '부동산실명법')에서는 명의신탁을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의신탁을 한 사람에게는 최대 5년 징역이나 2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2. 명의신탁에도 종류가 있다


(1) 명의신탁의 두 가지 유형


명의신탁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등기명의신탁'입니다. 이는 B가 먼저 분양사와 계약해서 자기 이름으로 등기를 한 다음, 나중에 A에게 명의를 넘겨주는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B → A 순서로 명의가 이동하는" 상황이죠.


두 번째는 '계약명의신탁'입니다. 이는 처음부터 A가 직접 분양사와 계약을 맺지만, 뒤에서는 B가 조종하는 경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A가 혼자 집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B를 위해 A가 이름만 빌려준 상황입니다.


(2) 우리 사례는 어느 쪽일까?


위의 A와 B 사례를 다시 보면, A가 직접 분양사와 계약서에 서명하고, A 이름으로 등기도 했습니다. 분양사 입장에서는 A가 혼자서 집을 산다고 생각했겠죠. 이런 경우가 바로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합니다.



3. 누가 진짜 주인이 될까?


(1) 계약명의신탁의 특별한 규칙


계약명의신탁인 경우에는 매우 특별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핵심은 분양사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분양사가 "A와 B가 짜고 친" 것을 모르고 순수하게 A와만 계약했다면, 법은 A를 진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반대로 분양사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명의신탁은 무효가 되고 B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2) A가 완전한 소유자가 되는 이유


대부분의 경우 분양사는 명의신탁 사실을 모르고 계약합니다. 법원은 "선의의 분양사(모르고 계약한 분양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따라서 A는 그 아파트의 완전한 소유권자가 되고, B는 단지 "A에게 준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만 갖게 됩니다.


이는 마치 "A가 B로부터 돈을 빌려서 집을 샀는데, 그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4. 대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1) 대출 채무자를 바꿀 수 있을까?


A씨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은행 대출도 B 이름으로 바꿀 수 있을까?"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는 쉽지 않습니다.

채무인수라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이는 "A의 빚을 B가 대신 지기로 하는" 약속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은행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


은행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원래는 A의 수입과 신용을 보고 돈을 빌려줬는데, 갑자기 B가 대신 갚겠다고 나타났습니다. 은행으로서는 B의 경제력이 A보다 좋은지, 정말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 다시 심사해야 합니다.


특히 B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명의 변경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은행이 채무자 변경에 동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3) 현실적인 대출 해결 방법


그렇다면 A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대위변제 후 구상권 행사

A가 대출금을 모두 갚은 후, B에게 "네가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B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2) 상계 처리

이는 좀 복잡한 개념입니다. A가 B에게 "계약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와 "대출금을 대신 갚았으니 돌려달라는 권리"를 서로 상쇄시키는 방법입니다. 마치 "내가 네게 100만원 빚지고, 너도 내게 80만원 빚졌으니, 결국 내가 20만원만 주면 된다"는 식의 계산입니다.


3) 아파트 매각 후 일괄 정리

가장 확실한 방법은 A가 아파트를 팔아서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것입니다.



5. A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1) 협력적 해결 방법


대물급부(代物給付)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돈 대신 물건으로 갚는다"는 뜻입니다. A가 B에게 "계약금을 돌려주는 대신 아파트 자체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죠.


이 경우 복잡한 계산 없이 B가 아파트 주인이 되고, A는 대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단, B가 기존 대출을 떠안거나 새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2) 강력한 조치들


만약 B가 계속 비협조적이라면, A는 더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1) 민사소송

A는 아파트의 완전한 주인이므로, B에게 "내 집에서 나가라"고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또한 B가 무단으로 거주한 기간 동안의 임대료에 해당하는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있죠.


2) 형사고발 (?)

명의신탁은 범죄행위이므로, B를 경찰에 고발할 수 있습니다. B는 최대 5년 징역이나 2억원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A 역시 명의신탁에 가담하였으므로 자신도 처벌대상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은 크지 않습니다.


3) 아파트 매각

A는 완전한 소유자이므로 B의 동의 없이도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습니다. 매각 후에는 대출금을 갚고, B에게 계약금만 돌려주면 됩니다.


(3) 현실적인 해결책


사례에서 B가 A에게 준 돈이 계약금 정도(예: 1억원)이고, 아파트 가격이 훨씬 높다면(예: 10억원), A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파트를 팔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만으로도 B가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6. 법정에서는 어떻게 판단할까?


(1) 실제 판례들


울산지방법원(2022가합11513)은 2022년 한 사건에서 "명의수탁자(A)는 명의신탁자(B)에게 매수자금과 취득세는 돌려줘야 하지만, 대출이자는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2023가단72946)은 2024년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이상,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런 판례들을 보면, 법원은 명의수탁자(A)의 권리를 강하게 보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7. 이런 상황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1) 명의신탁 자체를 피하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명의신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금이 부담되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친구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법적 문제가 생기면 관계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2) 대출 문제를 미리 고려하세요


만약 명의신탁을 하게 된다면, 대출 문제를 반드시 미리 논의하여야 합니다.


대출 이자는 누가 낼 것인지

대출을 연체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명의 변경시 대출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은행이 채무자 변경을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됩니다.


(3) 꼭 해야 한다면 철저한 계약서를 작성하세요


만약 부득이하게 이런 상황이 된다면, 반드시 자세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누가 실제 소유자인지

언제 명의를 바꿀 것인지

각종 비용(세금, 관리비, 대출이자 등)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대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문제 발생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을 명확히 적어두고, 가능하면 공증까지 받는 것이 좋습니다.


(4) 법적 조언을 구하세요


복잡한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몇십만원의 상담비를 아끼다가 몇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출이 관련된 명의신탁은 더욱 복잡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입니다.


(5) 정기적으로 관계를 점검하세요


명의신탁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기적으로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대출 이자 납부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작을 때 해결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8. 마무리: 선의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친구를 도와주려는 마음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법적 위험을 무시한 선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의 A씨처럼, 도움을 주려다가 오히려 복잡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죠. 특히 대출이 관련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다행히 법은 A씨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지만, 요즘처럼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아 처분에 어려움이 있거나 소송 등을 진행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A는 자신명의의 대출금 변제 등으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부동산은 인생에서 가장 큰 재산 중 하나이고, 대출은 가계에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입니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감정만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법적 검토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안전하게 거래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하세요!!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에게 법적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부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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