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밥 한끼'의 무게

경계가 흐려질 때 생기는 일들

변호사로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의뢰인들로부터 식사를 같이 하자는 요청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죄송하지만 다른 약속이 있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정중히 거절하곤 한다.

정말로 선약이 있어서가 아니다.

의뢰인과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뢰받은 사건이 진행 중일 때는 더욱 그렇다.


반복되는 패턴, 예외 없는 결말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같이 식사한 의뢰인들과의 관계는 항상 끝이 좋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관계가 악화되는 패턴은 대부분 비슷했다.

처음은 항상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다.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고마움의 표시로 식사를 한 끼 대접하겠다고 제안한다.

거절하기 민망한 상황이 되어 결국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다.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가족 이야기, 취미 생활까지.

그 순간만큼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아닌, 그저 평범한 두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의뢰인의 태도가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무너지는 경계선

내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계약사항 이외의 무리한 요구가 점차 늘어난다.

예를 들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수임료를 제때 입금하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본인의 다른 사건을 들고 와서 "간단한 거니까 그냥 봐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자기 친구나 친척의 법적인 문제까지 가져와서 무료로 해결해 달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하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우리 사이에 이럴 수 있냐"는 식의 항의가 이어진다.

"그때 같이 밥도 먹고 좋은 이야기 나누지 않았냐"며 서운함을 표현한다.

마치 한 끼 식사로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기존의 계약 건에 대해서도 소위 '꼬투리'를 잡기 시작한다.

왜 이 서류는 더 빨리 제출하지 못했는지,

왜 상대방 변호사와의 협상에서 더 강하게 나가지 못했는지 등등.

처음에는 만족스러워하던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갑자기 불만을 표출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의미

나 역시 사람인지라, 이 시점까지 가면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중간에 선임계약이 파기되거나, 서로 불편한 감정을 가진 채로 관계가 종료된다.

사건도 다르고, 의뢰인도 다르고, 식사 메뉴도 다르지만, 그 이후의 과정과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계약관계를 뛰어넘어 뭔가 '사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적인 관계를 이용해서

당연히 지켜야 할 계약상 의무를 회피하거나,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거리두기의 미학

이제는 안다. 적절한 거리두기가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철저히 전문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차갑거나 인간미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건강한 방식이다.

물론 모든 의뢰인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순수한 감사의 마음으로 식사를 제안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다.

예외를 만들기 시작하면, 그 경계는 금세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비단 의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이런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몇 번 술잔을 기울였다고,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신뢰는 사적인 친분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서 나온다.


나만의 원칙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함부로 식사를 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특히 업무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는 더욱 그렇다.

이것이 냉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나만의 생존 전략이다.


가끔 동료 변호사들이 묻는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지 않나?"

그럴 때마다 나는 그동안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덧붙인다.

"프로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이지, 친분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라고.


오늘도 누군가로부터 "시간 되실 때 식사나 한번 하시죠"라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여전히 같은 대답을 했다. "죄송합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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