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사랑과 돈, 그 위험한 동거

헤어진 연인에게 빌려준 돈,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님, 헤어진 애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실무에서 의외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사랑할 땐 아무렇지 않게 건넸던 돈이, 이별 후엔 가장 큰 분쟁이 됩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하죠.

“차용증은 없고, 통장 이체 내역은 있습니다.”

그러나 송금 기록만으로는 돈을 빌려준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판례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


전주지방법원 2019나3076 판결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년간 연인 관계였던 남녀.
이별 후 남성은 여성에게 송금한 3,9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좌 이체 내역은 분명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송금은 소비대차, 증여, 변제 등 다양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송금 사실만으로 대여 의사합치를 단정할 수 없다.”


즉, 돈을 보낸 사실만으로는 ‘빌려준 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연인 사이의 송금은 ‘선물’로 추정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연인 사이의 돈, 왜 ‘선물’로 보나?


법원은 몇 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1. 차용증 등 증거 없음 - 변제기, 이자 약정이 기록된 문서가 없었다.

2. 복잡한 금전 거래 - 두 사람은 수년간 여러 차례 금전 거래를 했다. 특정 송금을 대여라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3. 연인 관계의 특수성 - 재결합 요구 등 정황을 고려했을 때, 단순 대여금 주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원고는 패소했고, 3,900만 원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차용증, 번거로워도 필요한 이유


이 판례가 말해주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1. 연인 사이라도 증거를 남겨야 한다.

2. 차용증은 불신의 표시가 아니라, 분쟁을 막는 안전장치다.


“사랑하는데 차용증이라니…”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배려는 서로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최소한 이것만은 남기자


완벽한 차용증이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증거라도 남겨야 합니다.


1. 문자·카카오톡

“오늘 보낸 2,000만 원은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꼭 갚아줘.”
“응, 알겠어. 꼭 갚을게.”


2. 이메일

- 날짜·금액·조건을 정리해 보내고, 상대의 확인 답신을 받아두기.


3. 녹음

- 송금 당시 대화를 녹음하는 것


다만, 이 경우에도 주의할 점

1. 송금과 동시에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이별 후 나눈 대화는 힘을 잃습니다.

2. 금액, 날짜, 변제 조건은 반드시 명확히 해야 합니다.




사랑도 결국 현실이다


법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여 사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상대방은 “그건 선물이었어”라고 주장하기만 해도 됩니다.
특히 연인 관계에서는 이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입증, 즉 빌려줬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헤어진 연인에게 빌려준 돈, 차용증이나 그에 준하는 증거가 없다면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돈 문제는 법과 제도의 영역입니다.
진정으로 서로를 아낀다면,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작은 메모 한 장, 간단한 메시지라도 남겨두세요.
그것이 오해를 막고, 추억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 '밥 한끼'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