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고 오래가는 인생러닝법
새벽 수영이 끝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일상,
수영장에서 집까지 가볍게 뛰어가는 시간이다.
오늘은 '런데이'라는 app과 함께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한다.
이 app의 장점은
달리는 내내 심심하지 않게 멘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힘을 내라는 격려, 남은 시간과 거리,
러닝에 대한 지식들, 올바른 자세에 대한 것들 등.
오늘은 '다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이어가기 위한 4가지 원칙'을 알려주었다.
듣다가 생각해 보니 이 원칙은 우리 삶에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이렇게 한번 옮겨본다.
러닝 초보 시절, 나는 첫 10킬로미터를 완주하고 싶은 마음에
무릎이 아파도 계속 달렸다.
결과는 인대손상. 이후 석 달을 쉬어야 했다.
변호사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실을 처음 열었을 때, 모든 사건을 다 맡으려 했다.
새벽까지 서면을 쓰고, 주말도 없이 일했다.
몸이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했다.
결국 번아웃이 왔고, 정작 중요한 사건에서 실수를 했다.
이런 무리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직장인들은 승진을 위해 매일 야근하다 건강을 잃는다.
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을 위해 하루 네 시간만 자며 공부하다
정작 시험장에서 쓰러진다.
주부들은 완벽한 엄마가 되려다 우울증에 시달린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을 늘리려 휴일 없이 가게를 열다가
가족과의 시간을 모두 잃어버린다.
친구의 딸이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2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만 했다고 한다.
시험 한 달 전, 더 이상 책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안다.
러닝에서든 인생에서든,
지속 가능한 페이스가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오늘 못 달린 5킬로미터보다,
내일도 달릴 수 있는 3킬로미터가 더 값지다.
마찬가지로 한 달 만에 끝내려던 프로젝트를
두 달에 걸쳐 완성하는 것이,
번아웃으로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 낫다.
얼마 전 보라카이로 여행을 갔다.
그 유명한 화이트비치에서 수영 실력을 과신했다가 패닉에 빠질 뻔했다.
잔잔해 보이던 바다였지만, 갑자기 밀려온 파도에 균형을 잃었다.
결국 coast guard에게 구조를 당해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수영장과 바다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법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전문 변호사라는 자부심으로 준비를 소홀히 한 사건이 있었다.
상대측 변호사는 신참이었지만,
그의 치밀한 준비 앞에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과신의 함정은 일상 곳곳에 숨어있다.
10년 차 운전자가 빗길에서 과속하다 사고를 낸다.
"나는 운전 잘해"라는 자만이 부른 참사다.
요리를 좀 한다는 주부가
처음 만드는 음식을 손님상에 내놓았다가 낭패를 본다.
주식 투자로 몇 번 돈을 번 직장인이
전 재산을 걸었다가 파산한다.
"이번에도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화를 부른다.
동네 카페 사장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했던 경력을 믿고 카페를 열었지만,
커피 만드는 것과 마케팅은 별개였다.
결국 바리스타 자격증부터 다시 따야 했다.
겸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다. 생존 전략이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도 초심자의 마음으로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도, 아무리 자신 있는 분야라도,
늘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자세다.
광안리 해변을 달리다 보면 늘 나보다 빠른 러너들이 지나간다.
처음엔 따라잡으려 속도를 올렸다.
그때마다 다음 날은 종아리가 아파 달릴 수 없었다.
변호사 생활에서도 비슷했다.
법인설립 초기,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사건을 늘리고,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손을 뻗쳤다.
결과는 처참했다.
준비 부족으로 의뢰인의 신뢰를 잃었고, 오히려 내 전문 분야마저 흔들렸다.
이런 불필요한 경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옆집 아이가 영재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자녀를 학원 뺑뺑이 돌리는 부모들.
아이는 지쳐 쓰러지고 부모는 빚더미에 앉는다.
SNS에서 본 친구의 해외여행 사진에 자극받아
무리하게 대출받아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들.
남들이 부러워할 사진 몇 장을 위해 몇 년간 빚을 갚아야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지인이 특정 종목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리에
뒤늦게 뛰어들어 고점에 물리는 사람들.
남의 수익률과 비교하며 조급해하다가 결국 손실만 키운다.
투자의 기본은 자신만의 원칙과 속도를 지키는 것인데,
남과의 비교가 이성적 판단을 흐린다.
이제 나는 다른 선택을 한다.
누군가 추월해도 미소를 지으며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라인댄스 수업에서 스텝이 꼬여도,
드럼 연주가 박자를 놓쳐도 자책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즐기며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안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잃어버린다.
각자의 출발선이 다르고, 목적지도 다르며, 달리는 이유도 다르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누군가는 성취감을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달리는 것 자체가 좋아서 달린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옆 레인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러너에게 코어 운동과 스트레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달리기만 하면 언젠가 부상이 온다.
플랭크로 코어를 단련하고, 스쿼트로 하체를 강화하며, 요가로 유연성을 기른다.
이런 보조운동이 오히려 달리기 실력을 끌어올린다.
변호사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몇 년은 오직 법률 공부와 사건 처리에만 매달렸다.
판례를 외우고, 서면을 쓰고, 법정에 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법조문만 아는 변호사는 반쪽짜리라는 것을.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다.
법률 문서의 딱딱한 문장에서 벗어나 감정을 담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차츰 의뢰인의 사연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회생 신청을 하는 채무자의 절망을, 파산 직전 사업가의 좌절을 글로 써보니
비로소 그들의 마음이 보였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보조활동이다.
철인 3종을 하며 육체적 한계를 경험하니, 법정에서의 압박감이 오히려 가벼워졌다.
8시간에 걸쳐 70.3 mile을 완주한 경험은
장기간 소송의 지구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런 '보조운동'의 중요성은 모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뛰어난 의사들은 대부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
환자를 단순한 질병의 숙주가 아닌 한 인간으로 보기 위해서다.
성공한 CEO들이 명상이나 독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략적 사고만으로는 조직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교사인 친구는 연극 동호회 활동을 한다.
무대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며 학생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무원인 동생은 주말마다 등산을 한다.
규정과 절차에 얽매인 업무에서 벗어나 자연 속을 걸으며 유연한 사고를 기른다고 한다.
어느 선배 판사는 수채화를 그린다.
흑백논리의 법정에서 벗어나 색채의 세계로 들어가니 세상이 더 풍부하게 보인다고 했다.
이제 나는 안다.
본업만 파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달리기만 하는 러너가 부상을 피할 수 없듯, 일만 하는 사람은 결국 고갈된다.
다양한 '보조운동'을 통해 삶의 근육을 골고루 단련할 때, 비로소 우리는 더 멀리, 더 오래갈 수 있다.
7시40분쯤 집에 도착했다.
런데이 app이 오늘의 운동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멘트를 들려준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한 걸음 더 성장했네요."
샤워를 하며 생각한다.
러닝 app이 알려준 네 가지 원칙이 단순히 운동법이 아니었음을.
그것은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지혜였다.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 원칙들 덕분이다.
무릎이 아프면 쉬어가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으로 삶의 균형을 찾아간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느리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순위가 아니라 지속이니까.
내일 아침에도 나는 수영장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또다시 가볍게 뛸 것이다. 나만의 리듬으로.
부상 없이 오래 달리는 것. 상처 없이 오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러닝이 가르쳐준, 그리고 인생이 가르쳐준 가장 소중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