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꾸준함을 만드는 힘

작은 목표가 큰 변화를 만든다.

오늘,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공휴일이자 추석 연휴의 첫날.

새벽녘, 비가 내리고 파도가 제법 거칠었지만,

나는 부산 송정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왔다.

원래는 매주 토요일 새벽에 훈련하지만,

연휴 때문에 오늘로 일정이 바뀌었다.


파도와 싸우며 1.5킬로미터를 헤엄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과거처럼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물을 가르고 나아갔다.


바다 수영을 시작한 지 4년,

규칙적으로 한 지는 3년이 조금 넘었다.


우리 팀은 매주 토요일 새벽 송정 바다에서

1.5킬로미터를 헤엄친다.

솔직히, 이건 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속에서 숨이 차고, 팔은 무겁고,

파도는 자꾸 나를 밀어낸다.


그래서인지 훈련을 빼먹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핑계를 대며 빠진 날도 적지 않았고,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건 해야 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자꾸 나를 붙잡았다.


문제는, 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 과정의 고통이 늘 충돌했다는 거다.

그 모순이 나를 꽤 괴롭혔다.


결국 올해 초, 나는 결단을 내렸다.

집 근처 수영장의 평일 새벽반에 등록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수영장이 멀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수영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피로가 밀려오는 일이었다.


사실 과거에도 몇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몇 주 만에 그만뒀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고 있다.


몸이 아프거나 출장, 여행 같은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빠진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마저 살짝 든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이번엔 꾸준히 할 수 있었을까?


과거엔 막연한 동기로 수영을 시작했다.

‘운동 삼아’,

‘건강을 위해’,

‘수영 잘하면 멋져 보일 거야’ 같은 이유들.

이제와서 수영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수영 자체에 큰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막연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동기가 달랐다.


‘주말 바다 수영을 고통스럽지 않게 하고 싶다'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수영으로 컷오프당하고 싶지 않다'

'체력과 기술을 키워서 좀 더 편하게 헤엄치고 싶다’

이 목표들은 구체적이었다.

단순히 ‘잘하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피하고 싶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가 명확했다.


이런 차이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뭔가 느낀 것이 있었다.

뭔가를 꾸준히 하려면, 적어도 내 경우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막연한 바람은 쉽게 흐지부지되지만,

구체적인 목표는 나를 붙잡는다.


수영장에서 매일 아침 물을 가르며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

가끔씩 ‘이제 좀 다르다’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다.

드물지만,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바다에서도 확실히 달라진 나를 느낀다.


얼마 전부터 주말이 은근히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수영장에서 연습한 것들을

바다에서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 수영 후엔 또 다시 수영장에서 더 연습하고 싶어진다.

이런 선순환, 시너지 같은 게 생긴 거다.

고통스러웠던 바다 수영이

점점 즐거움으로 바뀌고 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에드워드 필립스(Edward Phillips)는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건강해지고 싶다’는 것보다

‘매일 30분 걷겠다’처럼 명확한 목표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이 내 경험과 딱 맞아떨어졌다.


구체적인 목표는 나를 움직이게 한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목표일 필요는 없다.

내 경우엔 ‘바다에서 덜 고통스럽게 수영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나를 새벽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그 작은 목표가 쌓여,

이제는 주말 바다 수영이 기다려지는 순간까지 만들었다.



뭔가를 계속 해나가려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걸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더 멀리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수영장 물을 가르며, 바다 파도를 헤치며,

나는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