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형태

가족이 모이는 새로운 방식에 대하여

추석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났다.

부모님 댁까지 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차를 몰고 가는 것이 편하지만,

명절 전날 아파트 단지는 주차 전쟁터가 된다.

새 차를 이곳저곳 헤매다 긁힐 수도 있다.


택시를 부르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하지만 명절 아침, 택시는 귀하다.

기사들도 차례를 지낸다.

대중교통은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하다.


선물을 챙겼다.

멸치 한 통, 참기름, 위스키 한 병. 무겁지 않았다.

일단 택시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앱을 열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잡혔다. 좋은 징조였다.


함께 떠나는 여행


이번 명절은 달랐다.

집에 모여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가족 모두가 여행을 떠났다.

매형이 제안한 일이었다.


순천과 여수로 이박삼일.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형은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함께 나가야 합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집에 모여 있는 것보다

함께 움직이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대화를 만든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네 시간 가까운 운전을 매형이 도맡았다.

차 안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 창밖을 보고, 가끔 이야기를 나눴다.

길은 막혔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갈 곳이 정해져 있었고, 함께 가는 중이었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나이 든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는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여행의 일부였다.


광양 막걸리 한잔


저녁 식사를 위해 광양으로 이동했다.

택시를 잡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명절에는 모든 것이 평소보다 느리고 어렵다.


순천만 국가정원 인근은 택시들이 기피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나중에 탄 택시 기사가 알려준 사실이다.


간장게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주인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너무 적다며

여러 번 더 시키라고 권했다.

명절에 나와 일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을 터였다.

우리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식사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인 내외가 어머니께 말을 걸었다.

자식 이야기가 오갔다.

광양 막걸리 한잔이 식탁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편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떠나기 전, 주인 내외는 본인들이 드시던 반찬을 어머니께 건넸다.

우리는 깊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숙소로 돌아와 부모님이 주무신 후, 형제들끼리 모였다.

나는 두 달 만에 술잔을 들었다.


제수씨는 올해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다.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가 짧은 위로를 건넸을 때,

그녀가 눈물을 보였다.

우리는 그저 옆에 있어주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명절이 변하고 있다.

집에 모여 음식을 만들던 풍경 대신,

함께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어떤 형태가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시대가 바뀌면 필요도 바뀐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제도와 관습에는 그것이 생겨난 이유가 있다.

명절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흩어져 살던 시절,

일 년에 몇 번 만나는 기회가 필요했다.

그 필요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형님 동생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내 숙소로 들어온 지금, 나는 생각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함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필요도 없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도,

비가 내려도,

예상과 다른 일이 생겨도,

우리는 함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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