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책갈피 속의 문장

이미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하여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책상 위에서 오래된 책갈피를 발견했다.

두꺼운 종이에 인쇄된,

아마도 어느 서점에서 받았을 것 같은 책갈피였다.

한쪽 면에는 서점 이름이,

다른 한쪽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손때가 묻어 모서리가 조금 닳았지만, 글자는 여전히 또렷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당신은 이미 길 위에 서 있다."


누가 쓴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서점에서 골라준 명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책갈피를 손에 든 채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창밖으로는 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고,

먼지 입자들이 빛 속에서 느릿하게 떠다녔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처음 보는 문장은 아니었다.

언젠가 읽었고, 아마도 한때는 중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책 사이에 끼워두었겠지.

하지만 그 후로 십 년쯤 지나는 동안,

나는 그 문장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책갈피를 들고 주방으로 가서 일리커피를 한 잔 내렸다.

언제나처럼 향이 좋다.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며 창가에 섰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래전에 적어둔 메모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 이미 알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동시에

'그런데 왜 잊고 있었지?' 하는 의아함.

중요하다고 여겨 적어두었던 것들을,

정작 필요할 때는 떠올리지 못하고 산다.


서랍 속 노트에는 비슷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누군가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우연히 떠오른 생각들.

그것들은 모두 한때 나에게 중요했던 것들이다.

적어둘 만큼 소중했던 것들.

하지만 적어두는 순간, 나는 그것들을 망각의 서랍 속에 넣어버린다.


왜 그럴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대해야 하는지.

다만 그것을 체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


책갈피를 다시 집어 들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당신은 이미 길 위에 서 있다."

이 문장이 나에게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길을 잃었다고 느꼈던 어느 날,

서점에서 이 책갈피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책 사이에 끼워두며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이 문장을 읽으니, 새삼 명확해진다.

해답은 늘 거기에 있었다.

서랍 속 노트에,

책 사이에 끼워진 책갈피에,

오래전에 적어둔 메모에.

내가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찾아보지 않았던 것뿐이다.


시계가 출근 시간을 알렸다.

나는 책갈피를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

자주 여닫는 곳이니, 때때로 눈에 띌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시 읽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찾아둔 답을 기억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 반복해서 떠올리는 일.

루틴처럼, 습관처럼.

마치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듯, 저녁마다 불을 끄듯.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문을 열고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결국 내 삶의 해답은

내 안에,

내 곁에,

내 길에 있다고.

이미 거기 있었다고.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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