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사치는 한참동안 젖은 베게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울었다.
나한테는 그럴 자격이 없는 걸까. 그녀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무엇이 어찌됐건 이 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뿐이었다.
그 일본계 미국인 경관이 조용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듯이
나는 이곳에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공평하건 불공평하건, 자격 같은게 있건 없건, 그냥 있는 그대로.
사치는 다음 날 아침, 건강한 한명의 중년여성으로서 눈을 떴다.
그리고 캐리어를 닷지네온의 뒷자석에 싣고 하나레이 해변을 뒤로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기담집』 중 「하나레이 해변」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무언가가 가슴을 쳤다.
마치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다.
그만 좀 따지고, 그냥 받아들여.
나는 한참 동안 '왜'라는 질문에 매달려 있었다.
왜 나는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왜 옳은 선택이 이런 결과를 낳는가.
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지만 '왜'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나를 같은 자리에 묶어둘 뿐이었다.
어떤 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분명 다른 길은 없었다고 믿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려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긴 터널 속에 혼자 갇힌 기분이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가.
이 혼란 속에서 웃을 수 있는가.
누군가는 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뭐라 하지 않을까.
자격.
그 단어가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렸다.
소설 속 사치가 다음 날 아침
'건강한 중년여성으로 눈을 뜬'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
공평하다고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받아들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
그 문장이 말하는 것은 간단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공평하지 않아도 계속 걸어갈 수 있다는 것.
자격 같은 것을 묻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나였는지.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다.
질문을 멈춰도 된다는 것을.
답이 없어도 앞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터널은 여전히 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걷는다.
공평하건 불공평하건,
자격이 있건 없건.
있는 그대로.
그렇게 어느 날 아침,
나도 건강한 한 명의 중년으로 눈을 뜰 것이다.
그리고 캐리어를 뒷자석에 싣고,
이 해변을 뒤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