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없는 마음들

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by 바인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자주 내 작업실에서 만났다.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이젤을 두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어떤 때보다도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눈빛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그 눈빛 때문에 캔버스 너머로 몰래 그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그를 안아주고 싶어 졌다.


그림을 그리다 말고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와인 한 병은 반쯤 비어 있었고, 조명은 은은하게 어두웠다. 말수가 적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는 왜 사람을 그렇게 그려?"
"어떻게?"
"늘 등을 보이고 있잖아. 마치 누구도 완전히 보지 못하게."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얼굴을 그려도 표정이 없어. 말이 없는 사람들 같아."
"그래야 오래 보게 되잖아. 뭔가 말할 것 같아서."

그 말에 잠시 놀랐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우리는 같은 걸 그리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숨기고 있었다는 걸.


"나는 세상에 확신이 없어. 내가 뭘 믿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래서 그림이 확신이 되어주길 바라는 것 같아."
그가 말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무 많이 믿어서 문제야. 사람도, 감정도, 내 기억도... 다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 그래서 자주 무너져."


한참을 침묵한 끝에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서 네 그림이 아픈가 봐. 너무 솔직해서."
나는 웃었지만 그 말은 꽤 오래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나는 네 그림이... 무섭게 좋더라."


우리 대화엔 '사랑'이란 단어 하나 나오지 않았지만,

그 어떤 고백보다 깊고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