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과 동정 사이

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by 바인

그는 처음엔 낯선 사람이었다. 조용했고, 말이 없었다.

처음 본 날, 나의 개인전이 열린 갤러리였다.

아무도 없는 시간, 그는 한참을 내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사진을 찍지도 않았고,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오랫동안, 한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 그 그림 속에 잠겨 있는 사람처럼.


우리는 5년 전쯤 서로의 SNS를 알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말을 나눈 적 은 없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나는 그림에 특별 히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어당기는 듯 한 그의 그림이 좋았다.

숨기고 싶던 내 감정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그의 그림은 아팠다.

그는 가끔 조용히 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를 실제로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낯설지 않았다.

그는 자기 그림과 닮아 있었다.

어딘가 결이 닳아 있었고,

그것을 애써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처음엔 안쓰러움이었던 것 같다.

어딘가 부서진 채 살아가는 사람 같아서.

그래서 눈길이 갔고, 마음이 머물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손이 내 찻잔을 스칠 때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동정은 그렇게,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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