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어느 저녁, 반주가 조금 과했다.
기분 좋은 취기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내 작업실 안쪽까지 들어왔다.
우리는 버려진 박스를 바닥에 펼쳤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붓에는 물감이 말라 있어 쓰기 어려웠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그렸다.
그가 한 직선을 그었고, 나는 그 옆에 곡선을 그렸다.
선 위에 선이 포개지고, 색 위에 마음이 얹혔다.
서툴고 즉흥적이었지만, 묘하게 잘 어울렸다.
시선, 숨결, 머뭇거림, 온기…
그림 바깥에서 오가는 것들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림은 완성되었고, 박스는 벽에 세워졌다.
우리는 마주 앉아 말없이 그것을 바라봤다.
그 밤,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