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몹시 무겁고, 기분이 가라앉고,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그런 날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거의 매일 저의 화두였던 질문입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억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전히 아이는 수면독립을 하지 못했고 저는 자는 동안 수차례 잠에서 깨니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건강의 첫 번째 진리입니다. 그걸 못 한지 십 년이 다 되어갑니다. 중간중간 작업실로 도피한 이유도 잠을 푹 자고 싶다는 그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곤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는 늘 왜 피곤하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힘들만하니까 힘든 건데, 저는 그런 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저를 탓했습니다. 내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몸 관리를 못해서 그런 거라고, 아이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못 쉬고 못 먹는데 몸이 버틸 수가 없습니다. 피로가 계속되면 당연히 마음도 지칩니다.
몸과 마음이 힘든데 일상이 버겁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버거운 상태로 계속 지내면 번아웃이 옵니다.
쉬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요. 그렇게 지내다가 저는 결국 도망치는 방법을 택했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게 될 때까지 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돌이켜보면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저에게 휴식을 주고 다른 삶을 고민할 마음의 여유를 줬다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다는 이유로, 남편과 둘 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도 없이 지낸 날들이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는 그저 내가 지금 힘들구나, 생각해 보니 정말 힘들만하구나, 스스로 위로해 주면 좋겠습니다. 만약 별일 안 했는데 힘이 들고 피곤해도, 내 몸이 지금 그런 상태구나, 다독여줘도 될 것 같습니다.
난 지금 힘들어. 그러니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뭘 해야 하지?
생각해 보고 그게 무엇이든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집 앞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든,
요가든 명상이든
달달한 디저트든
친구와의 수다든
훌쩍 떠나는 여행이든
펑펑 울면서 볼 수 있는 슬픈 영화 든요.
힘든 상황을 인정해야 해결 방법도 찾아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숨만 쉬어도 힘든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스케줄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이유로요.
출근하기 전에 장르소설 원고를 썼고 출근해서는 생방송 대본을 썼고, 퇴근하면서 들른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려와 집에 오면 육아와 집안일이 기다리는 나날이었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 혼자 있게 된 날,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숨쉬기만 하며 하루를 보냈는데도 피로감이 다른 날과 차이가 없어 그 의사가 명의였나 보다 했습니다.
각자의 체질도 체력도 업무도 일상도 다르니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어서 한숨이 절로 나오시는 분들,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드셨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