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던 봄바람
주변에 대학교가 가까이 있어서 지인 만날일이 있으면 그쪽 번화가에서 만난다.
지금 한창 신학기 신입생 술처묵 다닐때라서 대학가는 북적대고 있다.
좋겠다.재미있겠다. 낯모르는 학생들이지만 너희는 좀 더 따뜻한 인간이 되길,졸업하고 너희들이 나갈 세상은 좀 더 따뜻한 곳이길 바라는 1인 여기도 있다는걸 알아다오.
나는 신입생 시절 이맘때 찌질 쫄보로 낯선 학교에 발을 디뎠다.
재미있는건 고사하고 과도 학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당시 처음 실시한 수시모집에 응시하기도 했었다.어쨌거나 내 능력은 거기까지였는지 수시도 실패했지만.
그때는 3월말이 되어도 날이 풀리지 않아서 눈왔다가 바람이 불다가 날씨까지 지랄이었다.
낯설은 열아홉살. 넓은 교양강의실에 사람은 가득한데 아는 이는 하나 없는 그 황량감.
그러다가 전공수업시간에는 종이에 그림이라도 그리니 좀 낫고,말이라도 몇마디 나누다보니 고등학교 친구 이상으로 지금껏 마음을 교유하는 친구들도 겨우 생겼다.정말 겨우다..지금보다 더 찌질했던 내 성격을 생각하면 흐흫
점심으로는 거의 매일 순대국밥을 먹었던거 같다.
겨울엔 순대국밥 여름엔 냉면패턴.
좋은것도 모르고 십몇년 훌쩍 지났네.
좋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렸던게 부럽긴하네...나는 나이 먹는게 나은 인간유형인거 같다.철이 없어서..그나마 둥글어지다못해 회색분자인 지금이 낫다.
여담으로 신입생에 얽힌 이야기 하나 하겠다.
몇년전에 일행들과 딱 이맘때쯤 대학가에서 학생들을 가득 담은 좌석버스에 몸을 겨우 구겨넣었는데,그 빽빽하고 히터공기 후끈한 만원버스에서 마치 영화처럼 좌석에 앉은 어떤 아줌마 머리에 우굴우굴..토하는 키 작은 여학생이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하고 애한테 소맥 낮술을 진탕 멕이고 버스를 태우기라도 한건지.
술냄새 토냄새에 기사아저씨가 결국은 중간에 차를 세우고 모두 내리라고 겟아웃 시켰다.
졸지에 토벼락 맞은 아줌마는 하해같은 보살심으로 그 여학생을 용서하는 시나리오 절대 없고,어찌나 쥐어박고 요년 미친년 이가시나 내 등짝에까지 국물 다 흘렀다고 개욕 쌍욕을 퍼부었다.
학생은 정신없이 울기만 하고 아줌마는 끝도 없이 욕을 했다.
심지어 욕 중 스토리로 보자면 아줌마는 즐겁게 등산을 끝내고 온 후였다. 핵노답.빼박캔트.
그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후로 버스에서 술냄새가 조금이라도 풍기는 사람은 피하게 되었다. 좌석에 앉으면 불안하고..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