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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깻잎의 계절

by 따따따

들깻잎이 어지간히 풍작인지 향집에 들렀더니 엄마가 생깻잎무침에 찐깻잎무침, 깻잎전, 찐깻잎쌈, 생깻잎쌈 등 깻잎반찬을 무시무시하게 내놓는다.

물론 깻잎은 어떤 방식으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허브의 왕....

친정오빠 언니도 요즘 얼굴이 파래지도록 엄마가 보내준 깻잎을 부식으로 열심히 먹고 있는 모양이다.

이쪽 지역은 비가 많이 오긴 했으나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라서 각종 푸성귀들만큼은 쑥쑥 자랐는지 작년과 달리 엄마가 밭에서 채소 쇼핑을 엄청 해왔다. 비가 많이 오면 과실이나 곡식에는 별로 좋을게 없지만 들판 채소들에겐 크나큰 에너지를 실어준다.

애호박이나 들깻잎 부추 고구마줄기 등등이 넘치도록 자라서 올해는 엄마도 꽤 고역이었나 보다.

부추는 처치곤란이라 다 베어내버렸다고 했다.

과실농사가 한창 바쁜데 할머니나 살아계시면 모를까 연한 부추 따위를 다듬을 시간이나 혹은 체력이 이젠 받쳐주지 않는 모양이다.

늦은 오후에 아버지하고 엄마가 고추밭에 갔다기에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고추밭을 찾아 들을 돌았다. 사람은 안보이는데 고추목은 흔들거리는거 보니 저기 엄마 아빠가 있구나.

역시 고추밭 앞에 들깻잎이 어마한 기세로 무성하게 정글을 이루고 있었다. 매일 깻잎파티를 할 만 하구만...

시간이 지나 깻잎에 낙엽이 지면 한장 한장 따서 엄마는 겨우내 먹을 깻잎을 절여 놓겠지.

외할아버지가 그런걸 참 깔끔하게 잘하셨다.

깻잎이나 콩잎에 낙엽이 지면 정갈하게 차곡차곡 따다 묶어서 같은 촌으로 시집온 큰딸네 집인 우리집에도 종종 주곤 했다. 씨네 시집왔다고 엄마를 김실이 라고 불렀던 외할아버지...요건 김실이 주라며 챙겨주곤 했다지. 깻잎이나 콩잎이 매년 촌집 모두 풍작인 것은 아니기에 가끔은 우리도 더 시골집 외할아버지에게 그런 잎사귀를 받아서 먹곤 했다. 그런 외갓집도 지금은 없지만...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넣어준 반찬들을 꺼내고 맨 밑에 보니 똘똘 뭉쳐져있는 아주 팔랑한 생깻잎더미가 나온다. 방금 깻잎 장아찌를 냉장고에 막 넣은 참인데.. 싱싱하긴 하다.냄새도 참 좋단 말이야.

약간은 처치곤란이지만 시들어서 버릴까봐 움썩움썩 쌈을 싸먹었다. 두세장씩 겹쳐 먹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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