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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by 따따따

외할아버지는 잠꼬대가 무지 심했다.

방학때 외갓집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 나 이렇게 나란히 누워서 자는데 잠결에 누군가의 이야깃소리가 들려서 잠이 깨였다.

난 비몽사몽 이 밤중에 손님이라도 온건가 싶었는데 불도 다 꺼진 어둔 천장을 꿈뻑꿈뻑 바라보니 그건 아닌거 같아 덜컥 귀신 생각이 나 온몸이 싸늘해졌다.

근데 정신이 점점 들고 보니 옆자리 외할아버지의 목소린데 마치 낮과도 같이 똑같이 웃고 떠들고 박수를 치며 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주무시면서 말이다. 잠꼬대다.

꿈에서 누구를 만나는진 모르겠으나 할아버지는 잠꼬대 할 때마다 언제나 즐거워 보였다. 매번 박수치며 노래 부르는걸 빠뜨리지 않았던거 보면 반가운 이를 만났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크게 그러는데도 어떤 경우에도 아무도 깨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밤귀가 예민했던 나만이 깨서 할아버지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나중엔 소리없이 웃었다.

가족들에게 얘기하면 그 사실을 다 알고 있긴한데 어째들 반응은 심드렁했다. 아니 이게 심드렁할 일이야? 할배가 박수를 치면서 백마강 노래를 하는데 눈은 감고 자고 있다니까??이건 필시 몽유병이라고 생각했는데ㅋㅋㅋ..

같이 산 친할머니는 주로 싸우는 잠꼬대를 만년에까지 굉장히 심하게 했었는데 외할배는 늘 박수치면서 즐거운 잠꼬대를 했다. 두분 모두 89세에 돌아가셨는데 본인들의 평소 삶과 사고가 잠꼬대에도 묻어있구나 싶기도 했다.

심한 잠꼬대는 치매의 전조이기도 하다던데 두분다 그런건 전혀 없이 말짱하셨다.

하여간 할아버지는 그렇게 신나게 노래를 끝까지 부르고선 다시 코를 골며 잠들었다.

그러면 나도 할아버지의 코골이를 들으며 안도감을 느끼고 다시 조금씩 조금씩 찾아드는 졸음에 잠들곤 했다.


작금의 남편은 코만 심하게 골줄 알았지 외할아버지의 그런 풍류 같은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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