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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동원

by 따따따

우리 아들은 자주 아프다.

기침도 잦고 장염도 잦고 독감 중이염은 물론 온갖 바이러스성 계절마다 유행하는 유아질환은 유행에 뒤쳐질까봐 한번씩 다 거친다. 족구에 걸리더니만 가장 최악의 후유증으로 손발톱이 싹 빠지기까지 했다. 편식쟁이 약으로 버티는 도시 아이 키웠구나 이 에미가.

내 그림 선생님은 자기 아들도 어릴때 그렇게 허약했다고 의자를 끌어당겨서 얼굴을 바짝 대더니 누가 들을세라

얘, 뱀을 좀 고아 먹여봐. 라고 한다.

우리앤 있지 날에 천식에 뭐에 그렇게 허약할수가 없었는데, 뱀 두마리를 고아 먹고 건강해져서 키가 그렇게 180도 넘은거야. 근데 키가 그렇게 크더니만 시력이 확 가버린거 있지.(네?)

미혼이었거나 아이가 없었다면 나이든 아주머니의 뭔가 맥락 없이 밑도 끝도 없는 소리로 치부했겠지만...

실제로 아이가 없을땐 쌤이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 대관절 그게 뭔 소리냐고 대놓고 콧방구를 뀌었다.

허나 나 자신 막상 허구헌날 골골대는 자식을 두니 그런 얘기가 허황되게 들리지 않고 어쩐지 솔깃하다.

선생님은 정말로 진지하게 얘기하는 중이었다.

재미있게도 세상에 둘도 없을 공대생 이과남인 남편한테 나중에 이 얘길 했더니 음... 능력치 하나 받고 다른 하나는 빼앗아간단 말이군 공평하네. 하는 것이다 ㅎㅎ

우리 선생님도 참 독특하다. 선생님과 동갑인 다른 그림 도반언니에게 언니, 이 쌤이 뱀을 먹이래요 하니까 뭐어어?요새 세상에 무슨 뱀 같은 소리하시냐고 선생님을 핀잔하니까 아이고오 ㅇㅇ씨 뭘 모른다 진짜 효과 있었다고오~ 하며 끝끝내 주장을 편다.

나는 어릴때 골골했었나.

막 허약하고 그런건 아닌데 설사나 심한 변비 등 약간 그런류로 애를 먹긴 했다.

아가때 동네에 돈 장염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설사에 시달리다 그냥 바닥에 엎어져 있길래 얘가 죽는가부다 했는데 살아났다고 했다.

우리애 나이쯤에 홍시를 과식하고 극심한 변비에 시달린 후로는 절대 감을 먹지 않는다.

그런류.

촌구석 해열제고 뭐고 열이 끓어도 쌩으로 버티며 면역력을 쌓아온 스파르타 시대를 거친 내가 이렇게 말랑하고 허약한 아들 수발을 날이면 날마다 하고 있으니 엄마도 학을 뗀다.

요새애들은 참 자주 아프구나 하며.

아는 한의원을 섭외해보겠다고 한다.

아우 뱀은 아니다.

그냥 한의사선생님을 믿어야겠다.

그림은 선생님에게 보약은 한의사에게.

선생님이 또 얘 녹용은 꼭 넣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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