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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긴장하는 김장철

by 따따따

작년 고향 김장철에 산더미 같은 100포기가 넘는 절인 배추를 쌓아두고서 아버지가 전정하다 난데없이 발목이 박살나는 바람에 모두 병원 뛰어간새 나혼자 씻어낸 이후로는 올해까지 지쳐있어서 양가 김장 담는데 노관심이다.

시가는 기본이 200포기고 최다 500포기까지라고 알고 있는데 거긴 뭐 워낙 이사람 저사람 식구가 많다.

고향집은 올해는 50포기까지 줄였다.

지난해의 뼈아픈 교훈이다. 절인 배추를 씻은 나도 힘들었지만 혼자 양념을 치댄 엄마는 영감은 병석에 드러누웠지, 배추는 많지,도우러 온 이모내외는 취향에 안맞지, 혼자 개빡쳐서 맛있게 담으려고 둔 갓은 다 뭉쳐서 거름더미에 처박았다고 했다.


오빠나 언니도 김치를 많이 먹지 않고 고향 김치가 부족하면 나는 시가서도 눈치껏 받아다 먹는다. 시고모가 주도하는 양념이 기막힌데 아마 시할머니 돌아가시면 공짜도 끝일게다.

구순 시할머니가 옛날 사람이라 나쁜점도 있지만 좋은점은 내가 장남의 장손 며느리에 그놈의 별것도 없는 아들 증손 낳았다고 아무것도 안해도 짜란다짜란다 해주어서 그 그늘에 냉큼 숨어 김치도 받고 조청으로 맛있게 담근 고추장도 받는다. 시고모나 시숙모가 뒤에서 욕해도 상관 안한다.

시어머니도 이런 면에선 나하고 똑같기 때문이다.

장사하느라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시누랑 동서 너네끼리 하라고 하고 양념하다 말고 드러눕던가 한다면서 나한테도 딱히 강요를 안한다.

야 ㅇㅇ야 큰고모랑 할머니가 담근거 짜지 않든?

모녀간에 아주 소태다 소태 내가 안짜고 맛있게 담가줄게 하며 시어머니 시그니처인 달달하고 짜지 않고 조미료도 자신있게 탁탁 친 김치를 담가서 가득 줄때도 있다.

어머니는 나한테만 비브라늄 방패인것 뿐만 아니라 본인 시가식구한테도 최소한 티타늄 방패 정도는 치고 있다.


50을 앞둔 지인 언니는 남편이 텃밭에서 키운 배추로 돌아가신 엄마 대신 김장을 야무지게 담그고,

환갑이 다 된 그림 선생님과 도반 언니들은 내 나이쯤에는 양가에서 김치를 넘치도록 담가주던 노인들이 죽던가 요양원 가던가 해서 김장이고 뭐고 걍 조금 사다 먹으니 김치 아까워서 찌개도 실컷 못끓이겠다야 한다.

도반 언니중 한 분은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하는데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셨음에도 날이 선선해져오자 본인에게 묻더란다.

얘야 ㅇㅇ야 시어머니가 김치는 좀 주든?

엄마가 이래서 너 김치 못담아줘서 어쩌지.

니 동생이 김치 담가서 좀 주든?

하며 거기 누워서 김치 걱정을 한다고. 시어머니도 노쇠하여 자리에 누운지 오랜데 처음엔 엄마를 타박하다 이제는 그냥 대답해드린단다.

응 엄마 나 김치 많이 받았어.

우리 시어머님 김치 맛있잖아 걱정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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