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엔 며느리 내놓고 가을볕엔 딸 내놓는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집은 말 그대로 가을볕에 딸을 내놓았다.
예전글에 대추 이야기가 있는데 한창 일대에 대추농사를 많이 지을때 우리집도 대추를 했었는데 거기에 식구가 다 동원되었다. 대추 줍기 싫어서 집에서 삐대는 날이면 그때는 젊었던 아빠의 너는 왜 대추 안 줍냐는 짜증이 날아왔다.
누가 대추 농사를 지으랬나 나한테 왜 짜증인가.
우리집은 촌집치고는 자식한테 일 안 시키는 편이었지만 반짝이는 가을볕 아래 대추알맹이 하나하나 줍는건 너무나 지루하고 지난한 일이라 지금 돌이켜도 지긋지긋하다 .
같은 고향 출신 친구한테 어릴때 촌딸들 가을볕 참 많이 쬐었지 얘기하니 자기는 들깨 털고 콩 털고 쓰러질뻔 했다고 말도 마란다. 벼는 안 베었네 그래도ㅎㅎ
같은 고향 아이 중엔 벼 베는 딸도 있었다.
지금의 가을볕은 고소하니 자글자글 굽히는 느낌이 좋다.
항상 대추밭의 기억까지 몰고 다니지만 지금은 대추붐이 꺼져서 싹 밀어버린지 오렌지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