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물음은
누가 따로 묻지 않아도 특히나 내 나이 정도의
애매한 어른의 나이쯤 되면 저절로 드는 의문이기에.
그냥 별 이유 없이 제목만 보고서 오랜만에 미야자키 영감님에게서 위안을 좀 찾아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20년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주인 허락 없는 음식은 함부로 먹으면 안된다는
깊은 교훈을 준 영감님 만년의 작품,
나도 나이가 들어서 만나는 작품이 어떨지 궁금했다.
미야자키 영감님 극의 가장 큰 특징은
이상하고 기괴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이게 하는 점이다. 코다마, 스스와타리, 와라와라들이나 돼지 조종사나 고상한 동물 누시들, 고양이버스, 가오나시나 유바바가 그랬듯 이번에도 늙고 늙은 할머니들이 우글대고 코가 얼굴만한 왜가리 정령에 일없이 박력 넘치는 앵무새 대왕도 전혀 편견없이 받아들여지는게 행복했다.
왜가리가 마지막에 주인공 소년에게
너 여기서 겪었던 일 다 기억하냐? 라고 묻는다.
소년이 응 그렇다고 하자 왜가리가 그러면 곤란하다고 한다.
너 거기서 무언가 가지고 나왔어?라고 왜가리가 다시 물으니, 소년이 이공간에서 얻은 물건 두가지를 보여준다.
왜가리는 피식 웃으며 뭐 잊혀질거라고 날개를 펴며 친구야 안녕 하고 미련 없이 날아간다.
어떻게 살 것인지는 소년 몫이다.
수기로 쓴 듯한 소박하고 단정한 크레딧이 올라가며 각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올때까지 사람들이 앉아있자, 영화관 스태프 아저씨가 이쪽으로 나가이소~쿠키영상은 안나옵니데이~ 한다.
20년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너무나 재미있어서 두번을 봤었다.
20년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두 번 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른의 충고는 한번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자꾸 들으면 귀찮고 요새는 복잡하고 어쩐지 서글퍼지기까지 해서.
어린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단연 이게 뭔 뜬구름 잡는 얘긴가 싶을수도 있겠다. 지루하다는 평이 왜 많았는지 이해된다.
나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