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

by 따따따

스몰토크는 어렵다.

그림 배우는 곳엔 노선생님의 젊은 제자들도 있는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되는 사람들도 있다.

뭐 요샌 다들 개인주의니 특히나 그런 젊은 사람하고는 인사나 하고 웃는 낯이긴 해도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 나하곤 친분이 없으니 딱히 할 얘기도 없고 말이다.무엇보다 난 빨리 애 데리러 가야 되서 붓에만 집중하는 편이라 이야기를 거의 나누질 않는다.

내가 주로 문을 열기에 혼자 끼적거리고 있는데 젊은 제자가 일찍 왔길래 인사를 나눴다. 내가 자기와 같은 작품 하는데 크기를 더 키워서 하니까 이런저런거 묻길래 나도 의례적으로 작품 이제 다하셨냐 묻고 죠둥아리를 다시 마스크로 숨기고 아닥하려고 했건만, 아가씨가 본격적으로 패딩 벗고 편하게 내 앞에 자리를 잡더니 자기는 이거저거 하는데 이건 언제 할거고 저건 어떻게 할거고 밑그림을 보여주며 자근자근히 긴 얘기를 시작했다.

어렵기 시작한다.

나는 1단계에서 끝인 사람인데 이 아가씨가 젊은이답지 않게 3단계였다. 폴 블랑코마냥 새침해보이긴 해도 생각외로 대화를 따뜻이 잘하는 좋은 사람 같은데 이래서 노선생님도 내 그림 선생님도 얘를 아주 좋게 보는구나 싶었다. 근데 나는 노선생님도 그림 선생님도 아니다보니 말을 길게 섞었다가 씨잘데기 없는 소리라도 할까봐 최대한 조심하는데 조근조근히 내가 그냥 아무거나 묻는 말에도 대답을 상냥하게 금방금방 잘해준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밥 먹었냐고 물으니 밥 먹었다고 했는데 내가 가진 빵이라도 좀 물려서 보낼라고 먹으라고 하니 정중히 사양한다. 이런. 고수가 나타났다.

장래에 이런 상냥한 며느리를 본다면 나는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거처럼 계속 과일만 깍으면서 며느리에게 자꾸 과일 들이밀며 얼른 티비 보라고 하는 시어머니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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