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좋아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 아들은 아니다.배냇머리를 밀리러 8개월쯤 집앞 미용실에 갔다가 나이드신 여사님인 원장님도 나도 남편도 애도 기운이 쏙 빠져서 몇 달 있다 다시 미용실 가서 저희애 머리 해주실수 있냐니까 응?으응..그래요~하며 주저하시는거 같았는데 그래도 괜찮겠지 싶어 한번 더 갔다가 또다시 넷이서 인세의 지옥을 맛보고는 미안해서라도 다신 못갔다. 남편만 열심히 다니고 있다. 우리애 지금 5세인데 아직도 그 미용실의 기억이 있는지 그 앞 지나가면 미용실은 시너! 하며 호다닥 뛰어서 도망간다. 그담서부터는 어쩔수 없이 내가 계속 애 머리칼 다듬어줬는데 남편도 나 스스로도 놀랄만큼 잘 다듬을 때도 있었다만 과욕을 부린 어느날은 애 머리가 무슨 벌초하는 풀밭처럼 들쑥날쑥 숭숭 뚫렸다. 손을 대면 댈수록 폭망이라 남편이 이제 그만 집착과 미련 버리고 미용실 가자고 했다. 가위는 쓰기 힘들고 보통 바리깡으로 다듬는데 진짜 0.1초만 한눈 팔면 바로 바리깡한테 머리칼 줘뜯긴다. 애 머리를 다듬어보니 머리 하는 미용비가 절대 비싼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미용사들은 테크니컬 아티스트들이다. 나는 내 아들 대가리를 내 손으로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서 밤새 키즈미용실을 검색했었다.
우리애는 두상이 크고 넙데데한데다 가마도 뒷통수에 붙어있으며 머리칼까지 뻣뻣한 편이라서 깡똥하니 예쁘게 자르는거 자체가 힘든 편이다. 휴일에 운영하는 키즈 미용실은 가격이 비쌌지만 내가 싼 똥이니 감사히 값을 치르고 수습해달라고 디자이너선생에게 맡겼다. 난리를 부렸지만 어쨌든 깨끗하게 빡빡 밀려서 수습은 됐다.
그때가 겨울이어서 그 당시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휴 이 추운데 머리를 이렇게 홀딱 깍았어요ㅠ 하며 안타까워했지만 긴 사연을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슨 스타일을 딱히 기대할 순 없고 그냥 박박 깍는게 최선이라 미용실 방문 3번 내내 엄정한 머리스타일만 고수해야했다.용기를 내어 새로운 미용실 한군데를 뚫었는데 가격도 다듬는 센스도 좋았지만 젊은 여자원장님이 머리칼에서 힘이 솟는 삼손 같은 우리애 힘을 이기지 못했다. 또 한번 지옥 같은 시간후에 저..원장님 머리가 이쁜데 담에 또와도 되겠냐니까 ^^ 표정만 짓고 대답을 안했다.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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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 그러면 바버샵을 가봐. 남자미용실 말야 애도 어떤 성향이 있을수 있다. 우리애도 지랄난장을 치다가 남자전용 가더니 적응했어 라길래 반반인 기분으로 인근의 남자전용미용실에 들러보았다.
여간치않은 인상의 남자원장님이 맞아주었는데 애가 울던 말던 다리 사이에 끼워넣더니 붕붕붕 머리칼을 밀기 시작했다.머리 잘 하면 홈플러스 가서 장난감 산다고 했더니 계속 홈플러스를 외치는 애한테 얘 넌 홈플에 꿀 발라놨니? 뭘 그렇게 홈플을 외쳐쌌냐며 눈 하나 깜짝 않고 깍고 털고 해치워주었다. 솔직히 머리를 아주 잘 하고 이런건 아닌데 비용도 적당하고 일단 우리애를 전혀 버거워하질 않아서 여기로구나!싶어 계속 거길 다니고 있다. 초반에 갈때마다 홈플러스~~하면서 울고 들어가니까 어우 야 홈플러스 오늘도 왔니?하면서 인사해주었다. 다른 남자 미용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미용실의 특징은 남자손님들이 온다 머리 한다 집에 간다 이 과정이 끝이다. 원장님이 무뚝뚝한건 아닌데 인상과는 달리 새초롬한 면이 있어서 말도 별로 없이 어시선생님과 손님만 착착 쳐내는데 그래서 나도 별 부담없이 애를 데리고 갈 수 있다. 다른 형아들 아저씨들도 그게 편해서 오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애를 미용실에 집어 넣고 깍였더니 이제 지도 지 꼴이 좀 나아보이는지 미용의자에서 내려와서는 말을 잘 못하는데도 '잘 생겼어' 이말은 되게 잘한다. 원장님도 새침하게 하!그래 너 잘생겼어 호응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