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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an 15. 2024

신데렐라의 시간

지난 일요일 촌사람 서울 가서 친구들 만났는데 정말 어제 만난 듯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아이돌 덕질에 빠진 갱년기 언니, 여전히 만나자마자 밥부터 먹자는 친구, 여전히 차분하고 반듯한 친구... 나도 똑같다. 여전히 틱틱거린다. 그리고 여전히 신데렐라다. 서울까지 갔지만 서울까지 갔기에 정해진 시간에 칼같이 일어났다. 친구들이 아쉽다고 핀잔을 줬지만 20년 만에 이제서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 신데렐라다! 지금 이 시간 넘기거나 자고 가면 방전돼서 집에까지 네발로 기어가야 된다고 이해해 달라고 하니까 또 이해해 준다. 감사...

눈만 오는 줄 알았던 서울은 비가 줄줄 왔고 눈발도 날리는 궂은 날씨였다. 내려오는 내내 1월 같지 않고 2월처럼 궂고 흐린 날씨여서 그랬는지 괜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엔 아무런 적도 없고 단지 그냥 오랜 친구들이 몇몇 있을 뿐인데 서울 다녀오는 하행 기차에선 꼭 이런 기분이 든다. 서울은 쓸쓸한 동네다. 휴대폰도 안 하고 창밖만 물끄러미 보다가 내렸다. 종착역까지 물끄러미 가고 싶었지만 나도 가정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지. 분명히 동대구역이라고 마중 나오랬더니 대구역에서 기다리는 가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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