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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Feb 05. 2024

김칫국

경상도에 갱시기죽이라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경북 사람이라도 그거 잘 모른다. 몇 년 전에 알았다. 대신 비슷한 게 있는데 고향 우리 집에선 김치밥국이라고 한다. 김칫국에다 밥을 넣어 끓여서 참기름 뿌리고 김가루 뿌려 먹는 것이다. 일흔 후반인 우리 아버지 어릴 때부터 이미 먹었다는 거 보면 오래된 음식이다. 엄마 고향동네엔 그런 게 없어서 처음에 무슨 이런 돼지죽을 끓여 먹나 생각했다고 한다. 같은 촌동네라도 김칫국 자체를 안 먹는 집도 많은데 고향집은 겨울엔 꼭 그 김치밥국을 만들어 먹었다. 레시피도 쉽고 반찬투정 레알 꼰대 영감인 아버지도 김치밥국은 군말 없이 몇 끼를 잡순다.


남편은 김칫국도 안 먹고 치킨밖에 안 먹는 사람인데 8년 결혼생활동안 딱 한번 김치밥국을 해준 적이 있다. 새벽에 일찍 나간대서 해줬더니 딱 두 숟갈 먹더니 안 먹었다. 입맛이 없단다. 그땐 순진하게 믿었는데 요새 보니까 그냥 입에 안 맞으면 입맛 없단 핑계 댄다.

시가에서 사촌 시동생이 끓여주는 꿀꿀이죽 같은 진짜 갱시기는 챱챱 잘도 먹어놓고 내 김치밥국은 왜 안 먹었냐니까 김치맛이 너무 강해서 입에 안 맞았단다. 치킨밖에 안 먹으면서 뭔 도련님 같은 개소리인가.

며칠 계속 겨울비가 뿌리는데 이런 때는 어떤 김치류가  끓어오르는 뜨거운 종류가 먹고 싶어 진다. 고향에선 오늘 같은 날 김치밥국을 반드시 끓여 먹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끓어오르는 치즈 돈까스 떡볶이를 시켰다.

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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