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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an 26. 2024

차곡차곡

올해는 그림 딱  개만 하기로 했다. 이렇게 죠둥아리로 뱉어야지 억지로라도 할 것 같다.

 보살 저 보살 한분씩 그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 모든 부처님과 불보살과 신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후불탱화를 구성하기 때문에 차례차례 쌓아 올리는 지난함이 필요하다. 예쁘고 화려한 불보살은 참 재미있는데 엄격한 주불인 본존불은 재미없어 보여서 제대로 손도 안 대고 있. 결국은 해야 되니까 하게 될 것이다. 굳이 애쓰지 않는다.

불화 원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기도 하고 나는 밥 먹고 그림만 그리진 못하니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보통 그림을 전지 정도나 전지보다 큰 사이즈 정도로 하는데 이유는 따로 없고 합판집에서 그림 그리고 배접 할 합판을 자를 때 합판 사이즈가 그 사이즈라 그렇다. 노선생님이 항상 하는 잔소리가 너네는 차랑 합판에 맞춰서 그림 하냐고 그럴 바엔 중고 트럭 탑차 몰고 큰 작품 좀 하라고 하신다. 뭐 나는 차도 없다만 더 큰 사이즈를 하기엔 아직 실력미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도 없다.

어제 그림 선생님이 나 정도 수준이어도 주문을 받을 수는 있지만 아마 스스로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확신이 없는 작품은 안 하는 게 좋다는 데에 나도 더더욱 동의한다.

아직은 신경이 여러 군데로 분산이 되는 상황이라 그림에만 집중하기엔 힘들어 목표를 아주 미시적으로 잡고 있는데 그림선생님은 목표를 제대로 잡으라고 하신다. 설교와 잔소리 섞인 감사의 충고를 잔뜩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올해는 위에 언급한 네 분만이라도 다 끝내는 운 좋은 해가 되길 바다고 각한다. 선생님의 제자는 이렇게 소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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