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아버지 같은 촌사람 초대박꼰대가 외식을 데려가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 정말 어쩌다 먹는 짜장면이었다.
그런 아버지도 오빠랑 목욕탕을 가게 되면 때도 제대로 안 밀고 꼭 둘이 간짜장을 먹고 와서 나와 언니를 부럽게 했다.
나와 언니는 엄마나 할머니랑 목욕 가면 문어처럼 폭 데쳐져서 때 뿐인가 껍데기까지 벗겨져 나와가지고 오뎅 하나 먹는 게 다였는데.
언젠가 오빠야 그때 간짜장 맛있었냐니까 몰라 아부지 자기가 먹고 싶었겠지 난 간짜장 짜기만 하고 싫어했어. 라며 심드렁해했다. 그러고 나중에 본인 아들이 생기자 명절에 3대가 같이 목욕탕 갔다 온 뒤 간짜장을 먹고 왔었다.
나도 이제 우리 아들하고 짜장면 먹는다.
아들은 짜장밥 나는 간짜장. 간짜장이 새삼 이렇게 맛있는 거 보니 이놈의 거 또 벌크업 하려나보다. 도대체 이놈의 죠둥아리에 맛이 없는게 없다.
우리 남편은 간짜장이고 뭐고 아들하고 목욕 갔다 오면 학을 떼면서 저놈 자식 냉탕에 환장해서 설친다고 뒤에서 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