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고향 가는 김에 운문사를 꼭 다녀와야겠다.
주기적으로 운문사 솔바람을 콧구녘에 넣어주어야 정신 충전이 되는데 이렇게 가는 걸음이 쉽지가 않다.
나는 때때로 운문사를 꼭 다녀와야지 된다.
청신암에 들러 살뜰하게 절 살림을 일구던 이제는 연로하고 병중이라 오랜 신도인 우리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노스님과, 유년기에 어떤 연유로 절로 들어와 노스님 손으로 손수 길러낸 주지 스님을 뵙고 주지 스님의 커다란 고양이를 보고 나면 무거운 짐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든다. 좋은 절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내겐 청신암이 가장 좋다. 고조모부터 대대로 집안의 며느리들이 이어온 청신암의 불자였는데 엄마가 늙어 기운이 없으면 내가 이어서 청신암의 불자가 될 것이다. 엄마한테도 장담해 놓았다. 옛날처럼 시집가서 뼈 묻을 일도 없고 아무래도 시가의 절보다는 어릴 때부터 지금껏 익숙한 내 고향 절이 좋다. 모르겠다 근데 나도 우리 고모처럼 개종하고 늘그막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될지도. 우리 고모할머니도 원래 청신암 불자였는데 나중에 일신상의 무슨 이유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고향집 딸들이 그렇다. 하여간 아직은 운문사 청신암에 의탁하는 게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