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따 Feb 07. 2024

새 박사

박사까진 아니고 나는 새를 참 좋아한다.  아들이랑 남편이랑 상주보 근처에 국립생태어쩌고박물관에 가서 새 박제를 제일 오래 구경했다. 그냥 그 맑눈광 같은 얼굴이 귀엽고 살아남은 공룡이라는 것도 멋지고. 도심에서 보는 새라 해봐야 비둘기나 까마귀  참새나 직박구리 까치 정도이다.  재미있는 건 도시 참새는 어딜  기어들어갔다 왔는지 때가 꼬질꼬질하니 땟국물이 흐른다.

내가 그림 배우러 가는 곳도 집 근처인데 거기는 뜬금없이 왜가리 서식지다. 간판도 쓰여있다. 번식기에 왜가리 똥 조심하라고. 원래 왜가리가 살고 있던 데를 사람들이 치고 들어온 것다. 새가 뭘 알겠는가 그냥 사는 거지 뭐.

왜가리는 높은 나무에다가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데 번식기에 올려다보면 나무마다 왜가리네여기저기 잘 살고 있다. 매년 봐도 매년 재미있다. 스님한테 스님 왜가리가 너무 귀엽죠 했더니 ㅇㅇ씨 새... 좋아해? 하시기에 네! 너무요. 하니까 스님은 새가 너무 싫단다. 앗 맞다 스님 도시사람! 하니까 맞아 그래서 나 새 싫어 무섭다ㅠ 하셨던 게 생각난다.

그렇다 나는 촌사람.

고향집은 사방이 산이라 산새가 참 많았다.

외갓집은 야트막한 구릉지대여서 산새소리를 그렇게 못 들었는데 엄마가 우리 집 시집와서 아침마다 시끄러울 정도의 온갖 산새소리에 잠이 깨어 이 집에서 오늘은 또 어떻게 사나 막막했다고 한다. 마는 그랬지만 나는 새를 좋아하는 딸년으로 거듭났다.

봄 되면 뻐꾸기가 뻐꾸기 날리고 제비가 재잘거리고 여름엔 소쩍새가 홀연히 속삭인다. 제비 죠둥아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다들 와서 열 번 보라고 하고 싶다. 소쩍새는 정말로 속삭인다. 속삭임이 여름 밤 공기에 울린다. 매년 속삭이는 그 소쩍새가 어디 소인지 나는 참 궁금하다. 머리를 쓰다듬고 악수를 하고 싶다. 꿩도 꿩꿩 대고 딱따구리 딱따그르ㄹㄹㄹ...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끔은 후투티도 볼 수 있다. 옛날엔 매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없고 황조롱이 정도는 있지 않겠나 싶다.

촌에 산비둘기 유해조수인지라 어쩌다 잡히면 바로 처리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둥지 틀고 새끼 깐 비둘기는 그냥 둔다. 인간적인 도의와 새의 도의가 가끔은 일치한다.

나는 닭도 좋아한다. 먹는 건 안동찜닭이나 닭도리탕이 좋긴 한데 닭을 그냥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갓 낳은 알이 따뜻한 것도 좋고 생각 외로 발을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다. 닭 한쪽 눈을 가리면 잠든다는 건 영주 출신 대학동기에게 배워서 알았다. 정말 신기하다. 대학동기네 막냇동생이 학교 앞에서 사 와서 하얀 수탉이 된 그 닭 이름은 후라이드를 줄인 후락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애도 크고 남편도 삼식이세끼 돼서 귀찮을 무렵엔 나도 앵무새나 닭을 길러볼까 생각도 한다. 똑똑한 앵무새가 배민으로 치킨도 시켜준다고 하면 가족도 수긍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Be goo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