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까진 아니고 나는 새를 참 좋아한다. 아들이랑 남편이랑 상주보 근처에 국립생태어쩌고박물관에 가서 새 박제를 제일 오래 구경했다. 그냥 그 맑눈광 같은 얼굴이 귀엽고 살아남은 공룡이라는 것도 멋지고. 도심에서 보는 새라 해봐야 비둘기나 까마귀 참새나 직박구리 까치 정도이다. 재미있는 건 도시 참새는 어딜 기어들어갔다 왔는지 때가 꼬질꼬질하니 땟국물이 흐른다.
내가 그림 배우러 가는 곳도 집 근처인데 거기는 뜬금없이 왜가리 서식지다. 간판도 쓰여있다. 번식기에 왜가리 똥 조심하라고. 원래 왜가리가 살고 있던 데를 사람들이 치고 들어온 것이다. 새가 뭘 알겠는가 그냥 사는 거지 뭐.
왜가리는 높은 나무에다가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데 번식기에 올려다보면 나무마다 왜가리네가 여기저기 잘 살고 있다. 매년 봐도 매년 재미있다. 스님한테 스님 왜가리가 너무 귀엽죠 했더니 ㅇㅇ씨 새... 좋아해? 하시기에 네! 너무요. 하니까 스님은 새가 너무 싫단다. 앗 맞다 스님 도시사람! 하니까 맞아 그래서 나 새 싫어 무섭다ㅠ 하셨던 게 생각난다.
그렇다 나는 촌사람.
고향집은 사방이 산이라 산새가 참 많았다.
외갓집은 야트막한 구릉지대여서 산새소리를 그렇게 못 들었는데 엄마가 우리 집 시집와서 아침마다 시끄러울 정도의 온갖 산새소리에 잠이 깨어 이 집에서 오늘은 또 어떻게 사나 막막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랬지만 나는 새를 좋아하는 딸년으로 거듭났다.
봄 되면 뻐꾸기가 뻐꾸기 날리고 제비가 재잘거리고 여름엔 소쩍새가 홀연히 속삭인다. 제비 죠둥아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다들 와서 열 번 보라고 하고 싶다. 소쩍새는 정말로 속삭인다. 속삭임이 여름 밤 공기에 울린다. 매년 속삭이는 그 소쩍새가 어디 소씨인지 나는 참 궁금하다. 머리를 쓰다듬고 악수를 하고 싶다. 꿩도 꿩꿩 대고 딱따구리 딱따그르ㄹㄹㄹ...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가끔은 후투티도 볼 수 있다. 옛날엔 매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없겠고 황조롱이 정도는 있지 않겠나 싶다.
촌에도 산비둘기는 유해조수인지라 어쩌다 잡히면 바로 처리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둥지 틀고 새끼 깐 비둘기는 그냥 둔다. 인간적인 도의와 새의 도의가 가끔은 일치한다.
나는 닭도 좋아한다. 먹는 건 안동찜닭이나 닭도리탕이 좋긴 한데 닭을 그냥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갓 낳은 알이 따뜻한 것도 좋고 생각 외로 발을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다. 닭 한쪽 눈을 가리면 잠든다는 건 영주 출신 대학동기에게 배워서 알았다. 정말 신기하다. 대학동기네 막냇동생이 학교 앞에서 사 와서 하얀 수탉이 된 그 닭 이름은 후라이드를 줄인 후락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애도 크고 남편도 삼식이세끼 돼서 귀찮을 무렵엔 나도 앵무새나 닭을 길러볼까 생각도 한다. 똑똑한 앵무새가 배민으로 치킨도 시켜준다고 하면 가족도 수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