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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Feb 26. 2024

김치

엄마가 담근 김치에서 외할머니가 담근 김치맛이 난다.


엄마는 고향집으로 시집온 지 48년째 고향집 방식으로만 김치를 담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외할머니는 굉장히 쿨하고 여러모로 좋은 사람이었는데 음식 솜씨는 지독히 없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엄마도 자기 엄마 김치는 맛이 없어서 못 먹는다고 시집 와서 딴건 모르겠고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한다. 엄마네 5남매 중 외할머니 반찬을 갖다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제일 막내 외삼촌은 막내답게 외할머니 면전에 솔직하게 엄마! 엄마 반찬 지독하게 맛이 없어서 못 먹겠어! 같이 사는 우리 장모 음식이 기맥힌다!라고 해서 외할머니도 질세라 지랄한다고 에라이 이 망할 노무 자슥장모가 한 거 많이 처먹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나는 외할머니 음식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간이 굉장히 센 편이었지만 맛이 없진 않았는데 그건 나도 같은 촌사람였으니 그랬지 싶다.

냉장고가 고장 나서 얼어붙은 계란이 아까워 어떻게 토스트 비슷한 걸 해주기도 하고 괴식을 좀 잘 창조하긴 하셨는데 그 또한 나는 나쁘지 않았다. 친할머니는 한 번도 토스트 같은걸 만들어 준 적은 없었으니까.

외할머니의 김치는 일대에서는 보기 힘든 김치 타입이었다. 김치 속에 생갈치가 들었거나 생오징어가 들어있기도 하고 젓갈맛이 강하고 짰다.

나중에서야 다른 지역이나 바닷가 동네에서는 그렇게 담는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내륙 중의 내륙인 동네에서 왜 그런 김치를 담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엄마가 이야기하길 외할머니의 모계인 엄마와 외할머니가 피난민 출신으로 외할머니의 외할머니는 완전히 다른 지방 사투리 늬들 왔나↗️이~? 이런 비슷한 사투리를 구사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조실부모했으니 외할머니는 자기 고향집 할머니 방식으로 김치를 담았을 거다. 직접 끓인 비릿한 멸치액젓이 깊으면서도 짠내 나는 옛날 김치. 엄마는 모르겠지만 연세가 들수록 엄마도 본인 엄마와 똑같은 김치를 담고 있다.

결론은 짜다 이 말이다.

 내가 담아 먹지도 않으면서  구구절절 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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