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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수 Jan 13. 2020

소고기 가지 무 표고 밥.

평범한 듯 특별한 토요일 점심.

요리는 늘 아내의 담당이다. 언제 먹어도 새롭고 짜릿한, 혹은 새로운 시도로 탄생한 음식으로 매일매일 우리의 식탁을 가득 채워주는 그의 정성과 재능, 열정은 참으로 특별하다. 나는 무엇을 하는가 하면 밥을 먹기 전 5분 전쯤이 되면 식탁에 널브러진 것들을 변두리로 밀어내고, 수저받침, 그리고 그 위에 수저를 놓고, 마실 것들을 떠 놓고, 밥을 먹으며 같이 시청할 재미있는 것을 찾은 후,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한다.


다른 것은 둘째 치더라도, 사진을 찍는 일은 제법 어렵다(고 나는 주장한다). 아내가 음식을 완벽히 준비하여 내놓은 후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 그는 공을 들여 만든 음식을 최상의 상태로, 즉 조금이라도 식기 전에 내가 먹기를 원한다. 그 얼마나 커다란 사랑인지 늘 왠지 마음이 뭉클하지만, 가끔은 사진을 조금 더 잘 찍고 싶어서 그 시간이 길어질 때가 있다. 그 시간이 아내에겐 아깝고 초조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이다. 사실은 음식 사진이 뭐가 대수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내 입에 들어갔을 때 가장 맛있는 것이 최고가 아닌가. 그러나 한편 나에겐 사진으로서 그 미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도 잘 담아 메멘토로 삼고 싶은 욕구가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에 늘 짧은 시간에 음식들의 맛있는 모습, 우리의 식사 시간을 최대한 잘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바쁜 토요일이었다. 모처럼 오후에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근무를 맞아 덕분에 같이 날이 밝을 때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하루였다. 아내는 직접 손질한 소고기 양지, 가지, 무, 표고버섯을 밥과 함께 압력밥솥에서 쪄내기로 했다. 아내의 말로는 이런 류의 밥은, 특히나 압력밥솥의 비호 아래, 비교적 간단하지만 너무나 특별하고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간단한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여러 재료들과 쪄낸 밥은 분명히 특별하다.

배가 고프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그래서인지 더 배가 고픈 것 같다. 아내가 잠잠히 밑반찬을 내어 왔다. 그가 담갔던 멋지게 익은 짜릿한 배추김치, 그리고 시원하기 그지없는 열무김치. 찐 밥에 올릴 집에서 기른 아가 부추, 그리고 쪽파. 한국인의 식탁은 이렇게 훌륭한 반찬들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

밥을 담을 그릇이 세팅되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다. 배가 고프다.

압력밥솥에서 김을 내보내려니 쪄진 밥의 냄새가 너무나 나를 괴롭게 한다. 시야가 흐려지는 것은 눈물이 아닌 그 수증기 때문일 것이다.

부추, 파를 넣고 잘 섞는다.

드디어 잘 떠서 밥을 먹을 준비를 한다.

좋은 품질의 양지에서 나온 기름이 밥알 한알 한알과 가지의 모든 면을 코팅하고, 그 기름에 고기, 무와 버섯의 향이 깊이도 배어 있다. 한 숟갈 떠먹으니 '으음' 소리가 절로 나오고, 그 이후로는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으나 이 식사만큼은 과식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일을 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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