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나씩.

5년 후의 나를 기대하며.

by 비니비니캐럿캐럿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나는 최근에 1학기가 종강을 하고 갑자기 텅 비어버린 시간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토론토는 Covid-19으로 현재 모든 레스토랑, 카페, 공원등 다 문을 닫은 상태여서 어디 봄바람 구경하기도 힘든 상태라 그런지 집에 있으면서 시간을 헛으로 보내는 나날이 쌓이고 있다. 모든 일을 마치 다이어트 마냥 '내일부터'라고 되뇌며 자기 계발이든 운동이든 뭐든 귀찮아서 미뤄버리고 유튜브나 보며 실실 대는 꼴을 보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한 유튜버의 '시간 관리'를 통해 자극을 받고 오늘부터 하나씩 나의 기록을 채워가기로 다짐했다. 2학기 시작까지 약 2주 정도 남았으니 그동안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 걸로..!




How have you been so far? I'm totally fine!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심한 집순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나름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거나 지루하진 않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2일 전에 날씨가 갑자기 10도 이상을 돌파하면서 토론토에도 급격한 봄이 찾아왔었다. 이런 날에 집에만 있는 것은 아무리 집순이여도 유죄라 같이 사는 한국인 룸메 동생과 함께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마시며 무작정 걸었다. 걸으면서 무성히 나뭇잎이 있는 나무 냄새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맡는 봄내음, 그리고 카페를 지나가면서 맡는 커피콩 향기가 서울 한강을 떠올려 주기도 하고 작년 무척 더웠지만 그래서 활기찼던 토론토의 여름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 잠깐의 향기로 기억을 더듬어 주니 현재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재난으로 인해 제일 가까웠던 일상이 멈춰 버린 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동생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리는 "아, 맥주 한잔 하고 싶다."라는 말이 절로 나와버렸다. 동생이 걷다가 다리가 아팠는지 중간에 공공 자전거 시설을 발견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가자고 했지만 나는 코로나 때문에 무서워서 타도 되는지 계속 의심이 들었었다. 다음번에 외출할 땐 티슈와 소독제 갖고 나오자고 얘기하며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쉬어갔다. 이날 약 20000보를 걷고 밖에서 못 마신 맥주를 아쉬워하며 방구석 펍을 즐긴 것으로 만족했다.


사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토론토에 머물기로 했다. 부모님과 친구들도 보고 싶고 일상생활이 그리운 것도 맞는데 서울에 도착하면 말할 수 없는 갑갑함이 나를 옥죌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든다. 아마도 서울에서의 있었던 삶은 무료하고 남과 비교하기 바빠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당장에 닥친 코로나보다 내가 겪은 트라우마 같은 마음의 병이 더 무서운가 보다. 서울에서의 나는 언제부터 방전됐는지, 또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 자신을 달래기는커녕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나만의 지적질로 채찍질하고 난도질하고 있었다.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너는 이 정도밖에 못해?'

'도대체 뭐해 먹고살래?'

'쟤 너보다 어린데 참 잘 나간다. 넌 뭐하냐?'

'왜 순간을 못 참고 먹는 거야?'

'왜 이렇게 게을러?'

이러한 이유로 도피 아닌 도피식으로 캐나다를 왔지만 후회는 없다. 비록 완전히 훌훌 털어버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차츰차츰 하나씩 버리면서 나만의 속도와 결로 인생의 길을 모험하고 있는 중이다. 5년 뒤의 더 단단해진 나를 생각하며.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을 이제부터 꾸준히 할 것이다. 어제가 오늘을 이끌고 오늘이 내일을 이끄는 것처럼, 그것들이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처럼. 이 기록들이 나의 소설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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